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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교실

너무 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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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석산 작성일08-01-26 17:51 조회3,3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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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빠릅니다!



마라톤 대회에서 인명 사고 소식이 올 가을에 유난히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사고들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오고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주최측이 주로 욕을 많이 먹습니다. 욕을 많이 먹는다 해도 여전히 대회는 열릴 것입니다. 하나의 이벤트로, 수익 사업이 가능하다면 아마도 여기, 저기에서 열릴 것이 확실합니다. 지금의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사회이고, 이익을 남기는 사업에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고? 그 것을 예측하고, 예방을 할 만한 전문가들이 거의 전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방 대회니까 사고가 많이 났다. 그러니까 준비가 잘 된 큰 대회를 나가야 한다.` 라는 분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 맞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에 대한 문제에 직면하면 의견이 각기 다르게 나옵니다. 주최측이냐, 참가자측이냐 하는 다양한 문제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저는 참가자측의

문제를 한 번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최근에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대회장에 가 보면 추위로 어떤 복장으로 뛸 것인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지난 10/20 조선일보 춘천대회, 많은 사람들은 달리기 좋았다고 했습니다만, 저는 아주 힘들었습니다. 첫 2km 지점부터 추위를 느끼기 시작해 골인할 때까지 계속 그러했습니다. 조금만 빨리 달리면 심장이 뒤집어질 것 같은 느낌 때문에 빠르게 달리지 못했습니다. 나름대로 제 몸을 조절해 가면서 달렸고, 완주를 했습니다. 자칫 심각한 문제에 빠질 뻔했던 분석을 해 보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로는, 당일 복장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합니다. 마라톤용(여름용) 티만 입고 뛴 것이 제게는 좋지 않은 현상을 나타나게 한 것 같습니다. 그 다음 주에 경주 동아 마라톤에 참가할 때는 긴 팔 츄리닝을 입고 뛰었습니다. 훨씬 좋았습니다. 저는 비만형의 체형입니다. 땀을 많이 흘립니다. 달리는 속도는 빠르지 않습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다른 체형의 사람들에 비해서는 체온 저하 현상이 빨리, 심하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아주 좋은 환경인가 하면, 어떤 이들에게는 아주 열악한 환경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그러나 마라톤 대회에 나가면 다들 똑같은 이유 때문에 달립니다. `달리기 위해` 달립니다. 앞사람이 달리니, 따라 달립니다. 그 앞사람이 어디 사는 사람인지 모릅니다. 등에 `무슨, 무슨 클럽`라고 써 놓았으니 대충 감으로 알기도 합니다. 아니면 물어서 겨우 알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달리다가 힘들면 포기하기도 합니다. 힘들어서 포기한다는 것을 뭐라 할 수 없습니다. `좀더 노력해서 오지.`라고 하면, 그 분들이 모르겠습니까? 자존심만 상하지. 차라리 빨리 포기하는 분들은 오히려 문제가 생기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최근에 참 이상한 현상을 보았습니다. 지난주에 영남 마라톤 대회에 갔습니다. 출발해서 첫 2, 3km 정도 가니 제 뒤로 단 두 분만이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 페이스가 그리 느린 페이스는 아니었습니다. 영남 마라톤 대회에서는 제 자신의 최고 기록을 낼 정도로 페이스가 안정되었던 날입니다. 헌데 채 5km 가 되기도 전에 걷는 분을 발견하였습니다. 물론 확인을 하지 못했지만, 부상을 당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한, 두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달리면서 20km 이전에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걷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후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부상보다는 초반에 지쳐서 그러한 것 같았습니다. 지난해에는 20km 지점 이전에 걷는 분은 거의 못 보았던 것 같습니다. 올해에는 여러 대회에 가 보지만, 걷는 사람들이 초반부터 나타나는 것을 종종 봅니다.



제 나름의 평가는 이렇습니다. `너무 빠른 것이 아닌가?` 초반에 너무 빨리 뛰다 보니, 빨리 한계에 도달하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분명히 그런 분들은 준비가 안 된 사람들입니다. 풀 코스 마라톤을 완주할만한 기본적인 능력이 없이 대회에 나오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아졌다고 봅니다.



초반 페이스가 너무 빠르다는 점은 잘 훈련이 된 사람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만, 훈련이 전혀 되지 않았거나 불충분한 사람들에게는 신체적으로 상당히 위험한 상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 훈련이 잘 되었더라도 흥분 상태에 빠지면 또한 위험할 수 있습니다. 우리 신체는 견딜만한 정도의 충격에만 견디지, 그 이상의 충격이 오면 결국 버티지 못합니다. 아주 간단한 이치입니다. 무리하면 우리 몸은 절대 버티지 못합니다. 생명 현상의 가장 중요한 점은 운동성입니다. 그 운동성은 버틸만한 한계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한계치 이상은 곧 운동성의 정지현상을 초래합니다.



최근 대회중의 사고에 대해서 제가 느낀 점은 바로 `너무 빠르게 뛰는 분위기`입니다. 마라톤의 붐은 마라토너들의 양산을 이루었지만, 양적 팽창에 따른 기본적인 준수 사항은 지켜지기 어렵습니다. 전혀 달리기를 해 보지 않았던 사람이나, 습관적으로 하지 않던 사람이 어느 날 동네에서 조깅을 할 때는 별 문제가 없을 수 있습니다. 반면에 대회장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몰아붙이듯 달리는 분위기가 우선은 문제인 것 같습니다. 대회 본부측은 이런 분위기를 막아야 하지만, 달리는 당사자들도 스스로 자제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순위 경쟁을 하면서 달리는 것이 상위 그룹에서야 당연하겠지만, 후미 그룹에서도 그런 현상은 나타납니다. 초보자의 심리에는, `야, 저 정도는 추월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사람이나, 어린 아이, 때로는 남자가 여자에 대해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경쟁심리가 나타납니다. 자신보다 잘 달릴 것 같은 사람에게는 그런 마음을 빨리 접어 버리는 반면에, 약해 보이는 사람에게는 때로는 엄청난 노력을 들여서 달리기도 합니다. 그 것이 단축이든, 풀 코스든 어떤 코스에서든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단축일수록 이런 현상은 아마 더 심할 것입니다.



물론 해결책이 쉽지 않습니다. 지나고 나니 문제가 발생하고, 사후 처리를 해야 하는 것이 앞으로의 현실일 것입니다. `준비가 안 되었으니 달리지 말라.` 는 대회들이 늘어날 것입니다.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준비가 안 되어도 좋으니 나와 달라.`는 대회는 여전히 많을 것입니다. 사업은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천천히 달려 달라고 주문한다 해도 들어 줄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마라톤을 축제로 여기는 것은 뒤풀이만은 아닐 겁니다. 마치 분위기 조성이나, 뒤풀이만이 축제인 것처럼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그런 식의 분위기를 만들어갈 것이고, 달리는 것 자체는 뒷전으로 내 몰릴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에 착잡함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씀드립니다. 제 얘기에 귀담아 들어줄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도 압니다.



"대회에 나가시면 처음에 너무 빨리들 달리시는 것은 아닙니까?

경험이 없으십니까? 무조건 천천히 달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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