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로그인




 

만남의광장

[잡문] 반달 그리고 사제의 연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정준호 작성일08-01-08 15:43 조회1,026회 댓글2건

본문

#1
엄동(嚴冬)과 설한(雪寒)이 멀찍이 비켜 서 있는 겨울입니다.
어쩌면 하루하루 일상의 분주함에 쫓겨 창 밖의
엄동과 설한도 느끼지 못하면서 살아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선을 베어 낼 듯한 도시의 각진 건물은
잿빛 하늘을 사각으로 절단합니다.
오늘도 사각의 하늘에는 새들이 날지 않습니다.
향기로운 바람이 넘실거리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흔하게 만나는 것은 역시 '사람'입니다.
마을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거리에서, 식당에서…….

당구공의 마주침같은 '익명'의 만남이 하루종일 반복됩니다.
누구나 소중한 사람이겠지만 내가 그에게, 그가 나에게
아무런 악수의 이유도, 미소의 이유도,
인사의 이유도 없는 '타인'일 따름입니다.

일요일 새벽, 서울마라톤 반달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건각들도 대부분 그러합니다.

우연인 듯 인연인 듯 몇 몇 분과 달리기를 인연으로
인사 나누고 있음은 기적같은 일입니다.


#2
'우리는 어차피 누군가의 제자이면서 동시에 스승이기도 합니다.
이 배우고 가르치는 이른바 사제의 연쇄를 더듬어 확인 하는 일이
곧 자신을 정확하게 통찰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쇠귀 선생님의 밀양 얼음골 기행에 담긴 글입니다.
'이 땅에 스승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만 익숙해 있던 나에게
'누군가의 제자이면서 동시에 스승'이라는 이 글은
상당한 분량의 반성과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살아가면서 훌륭한 스승을 만나는 일은 행복한 일입니다.
그 분을 통해 생각과 실천의 큼직한 발전을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훌륭한 스승을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사제(師弟)란 사람과 사람의 온전한 '관계(關係)' 속에서
탄생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인간관계 조차 기술로 치부되고 훈련받는 시대,
사람과 사람의 온전한 관계(關係)를
구축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떤 이의 삶을 비춰 보는
거울이 되는 일은 더욱 그러하겠지요.


#3
지난 6일. 서울마라톤 반달을 다녀오면서
 '사제의 연쇄(連鎖)'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마라톤'에 입문한 지 2년 남짓,
짧은 경력 만큼이나 기록도 보잘 것이 없습니다.
2006년 첫 풀코스 기록이 4시간 45분

달리는 실력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자칭 '자유를 달리는' 사람이라고
떠들 수 있는 것은 모두 소중한 마라톤 스승 덕분입니다.


김수녕 양궁장의 새벽을 깨우던 할아버지, 할머니, 아주머니들,
일이 바빠서 마라톤대회에는 한 번도 나가 본 적이 없다던 카센터 아저씨는
달리기를 처음 시작할 때 '신선한 새벽'을 만나는 습관을 들여 준 고마운 스승입니다.

중랑천의 버드나무와 풀섶, 새들과 아이들, 눈발과 서늘한 바람은
달리는 내내 수 많은 사색의 시간을 선물해 준 고마운 스승입니다.

그리고 서울마라톤 반달, 서울마라톤클럽은
'여럿이 함께 더불어 한길'을 달리는
즐거움을 발견하게 해 주었습니다.

반달은 반가운 만남의 광장이며,
소중한 배움의 터전입니다.



수고하시는 모든 분들의 복된 새해, 그리고
서울마라톤클럽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2008.1.8.

새해인사에 대신하여 -
신선한새벽 정준호 드림
추천 1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김병욱(지리산)님의 댓글

김병욱(지리산) 작성일

반달에 참여하셨군요. 전 그 시각 안양의 큰형님댁에서 <관악산 삼막사 >까지 산악훈련을 했었습니다. 제가 존경해 마지 않은 <삼막사 여근곡>에 큰 절을 하고 왔었죠. 우연의 일치인지 반달에 가서 달리는 속도와 비슷하게 1시간 28분 정도에 정확히 집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누군가의 제자이면서 동시에 스승" 한살 먹어 가면서 가슴에 닿는 말입니다. 새벽업무를 시작하며 신선한새벽님의 편지를 읽게 되었습니다. 서화라....좋습니다. 쇠귀선생님과 우이선생님을 뵈올 더없이 좋은 기회인데 꼭 시간을 내겠습니다. 종목은 족구와 400 릴레이에 참여하도록 하지요.

복된 날 되시길....지리산 올림

이장호님의 댓글

이장호 작성일

신선한 새벽 정준호님 반갑습니다.
늘 님의 글에서 신선함을 얻습니다.
반달을 하면서 만나는 소중한 분들,
매주 일요일이 기다려지는 것은 님들을 만나는 기쁨이 더 크다는 것이지요.
이번 주에도 뵐 수 있겠지요.
좋은 저녁되세요.
반달지킴이 이장호


Copyright (c) 2002 Seoulmarathon club All Rights Reserved. info@seoulmarathon.net
상단으로
M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