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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장에 선 달림이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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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복진 작성일04-02-12 14:08 조회45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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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장에 선 달림이 ( 2 )

안녕하십니까

서울
고덕 달림이
박 복진입니다


한참 물이 올라서 나 혼자서 신이 났었고,
뛰면서 혼자서 입이 헤 벌어진 그야말로 짓이 나서 헤 ! 헤 ! 하며 뛰던 뜀 질이
전혀 예상치 못한 길로 빠져서 멈춰버리자 약간은 흥이 식었습니다

오랫동안 뜀 질을 별러 왔던 이곳 , 레드우드 수목원이었는데...
고생대, 중생대 시기의 울창한 삼림이 현세에 고스란히 보존된
진짜로 , 진짜로 멋있는, 진정한 달림이라면 누구나 탐내는 이 곳인데...

솔직하게 뛸 만큼은 뛰었지만 더 뛰고 싶었습니다
네, 진심이었습니다. 작심한 시간에서 아직 20 여 분을 더 뛰어도 되는데...

다 퍼먹은 딸기 아이스 크림 용기에서 숟가락을 떼지 못하고 그대로 가슴에
품고서 빈 숟가락을 연속 빨아대는 아이처럼, 나의 눈은 힘이 없었습니다

허망하니 큰 낙담으로 , 환상적인 수목원 뜀 질에 입맛을 다시며
할 수 없이 다시 호텔 쪽을 향해 뒤 돌아서서 뛰었습니다.
이 정도만 하여도 대 만족이라는 스스로의 자위를 하면서 말입니다.
좌우지간 이 만큼 만도 훌륭한, 오랫동안 기억될 새벽 뜀 질이었습니다

왔던 길 돌아서서 한참을 뛰어와 호텔 근처에 이르러 자세히 보니
어제는 못 보았던 큰 잔디 운동장이 호텔 뒤쪽에 있었습니다
호텔 정문 현관으로 가던 발걸음을 돌려 그 쪽으로 살살 뛰어갔습니다
수목원에서의 못 다 푼 에너지가 아직 남아있었지요
옷은 이미 젖을 대로 다 젖어서 몸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아 ! 이 호텔 바로 뒤에는 경마장이 자리하고 있었군요.
우리 나라의 과천 경마장 같은 곳이지만 관객용 좌석이나 그 좌석을 덮는
지붕은 규모가 좀 작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곳 로토루아의 전체 상주 인구,
불과 몇 만임을 감안한다면 우리 나라의 과천 경마장보다는 훨씬 큰 규모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경주용 말이 관객 쪽으로 넘어오지 못하게 쳐 놓은 긴 목책을 따라가다
입구를 발견하고서 몇 걸음 들어가 말이 달리는 트랙에 섰습니다.
그리고 한 번 뛰어볼 요량으로 두 손에 낀 하얀 면 장갑을 바로 끼었습니다

이 얼마나 멋있는 순간입니까 ?
세상에 내가 경마장 트랙을 한번 뛰어 보다니..
모든 달림이 들이 그토록 닮고자 안달하는 경주마의 흉내를 내보다니..
그것도 이곳 뉴질랜드까지 와서...
우리 나라는 한 겨울 혹한인데 나는 이곳에서 반 팔에 짧은 팬티만 입고....

수업 중, 학교 담을 넘어가 풀 빵 몇 개를 손에 쥐고 다시 학교 담을 무사히
되 넘어온 개구쟁이 학생의 웃음처럼 음흉한 미소를 한 번 짓고 나서
경주마 트랙을 따라 마악 한번 뛰어보려다가 저의 자세가 굳어졌습니다

우리 나라보다 4 시간이 빠른 이곳 현지의 아침해가 조금씩 치고 올라오는 저 쪽에
2 층 높이의 망루가 하나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 위에 한 젊은이가 멋진 색안경을 쓰고 아까부터 이곳으로 다가오는 나를 주욱
지켜보았는지 망루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목재 계단의 난간을 잡고서 한 걸음씩
밑을 향해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눈은 나에게서 떼지 않고 발걸음만 서서히
밑으로 내려옵니다.

직감적으로 저 친구는 나를 이 경마 트랙에서 끄집어 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땀으로 얼룩졌지만 야구모자의 차양을 살짝 들고 재빨리 선 인사를 했습니다
조금은 어눌하게, 조금은 과잉 친절을 보이며 나에게 적의가 없음을 표했습니다

" Hi, there ! What a beautiful morning, Mister ! "

그러자 그 친구도 짧지만 우호적인 인사로 화답했습니다
그리고 망루에서 내려온 목적이 있을 터인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않고
머뭇거렸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 뭐 하는 작자인데 감히 겁 대가리 없이 자기 관할인
이곳 경마장 트랙까지 들어와서 뛰는 폼을 잡았는지 기분은 상했겠지만,
누구라도 이야기하듯 이곳 뉴질랜드인 모두의 특징적인 친절함이 그 기분을 누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나도 이미 나의 음흉한 계획이 다 드러났지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경마장 트랙을 한번 뛰어보게 해 달라고 한다거나,
뛰어도 되는 걸로 알고 뛰어 보려고 했다거나 하는 직설적 대화보다는
우회적으로 돌아가 보려고 말을 아꼈습니다

쓰고 있는 그 안경이 멋있다고도 하고 ,
어깨에 단 보안관 견장은 이곳 경마장 보안 요원의 상징이냐 고도 묻고
묻지도 않았는데 나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왔는데 아마추어 마라토너라고도
밝혔으며 방금 레드우드 수목원을 뛰고 돌아오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그의 경계심을 늦추려고 바로 저기 리지스 호텔 투숙객임도 밝혔습니다

그 젊은이도 아주 우호적으로 나의 이야기에 바로바로 맞장구를 치며
낳고 자라며 배운 그대로 인 듯한 진심 어린 우정으로 예의바르게
대화를 나눠주었습니다. 몇 번인가 나는 농담을 해서 그를 웃겨도 주었습니다
그는 아직도 목재 계단 두 단을 남겨놓고 그 자리에 서 있었고
나는 그를 두 칸 높이로 올려다보며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본론으로 들어갔습니다
나는 지금 이 앞의 경마장을 한 번 뛰어 보고 싶다고 하며
뛰어도 괜챦은지 동의를 구했습니다

그러자 그 젊은이는 지금까지의 그 우호적인 태도에서 얼굴 색을 확 바꾸더니,
내 네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준비하고 있던 대답은 바로 이것이다 ! 라는 듯,
단호하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경마장 안 트랙은 허가 받은 사람만 들어가게 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자기는 그 관리 임무로 이곳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현재 경마가 열리고 있던, 안 있던 일반인은 들어갈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외국 코쟁이 분들 생리를 잘 아니 그 다음 말은 들을 필요도 없었지만
그래도 한번 또 다시 부탁을 해 보았습니다
경마장을 꼭 한번 뛰어서 내 달리기 인생에 추억을 만들어 보고 싶었고
바로 앞에 펼쳐진 경마장 트랙은 때마침 솟아오르는 아침해의 찬란한 햇살이
주위 나무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려 나의 뛰고자하는 욕구에 불을 댕기고 있었습니다

또다시 본론과는 거리가 먼 다른 화제로 말을 돌리어 한참의 대화가 유쾌하게
이어졌습니다. 경마가 열릴 경우 이곳에 모이는 사람 수는 몇이나 되느냐 ,
세계 최초로 여성에게 투표권을 준 너의 나라에서 사는 너는 참 안되었다,
네 애인은 느낌상 아주 알뜰할 것 같은데 너는 참 좋을 것 같다, 등 등 등..

그리고 나서, 나는 다시 입맛을 다시며 경마장 안 트랙을 길게 바라보곤
그 젊은이를 다시 바라보았습니다. 하지 않았어도 할 말은 이미 다 했지요
그러자 그 젊은이는 내가 다시 말을 하지 않았는데, 나의 표정을 보고
다시 말합니다.
우리 같으면, 이 정도 친숙하게 10 여 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으면 ,

" 아 참, 그 양반 끈질기네요. 알았습니다.. 지금은 아직 전부가 출근 전이고
지금 높은 사람이 없으니, 저쪽으로 돌아서, 안전하게 조금만 얼릉, 얼릉 뛰고
빨리 나오세요. 그리고 누구한테 내가 뛰라고 했다고 하지 마세요, 이, 잉 ?? "

이 정도로 흘러갈텐데 , 예상은 했지만 , 이 분은 그게 통하지 않았습니다
뛰지 못하게된 나의 기분이야 좋을 리 없었지만 그 젊은이의 단호한 대꾸는
돌아서서 그냥 호텔로 돌아오는 내 뇌리에 불쾌감보다는 뭔지 모를 메시지가
담긴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습니다. 요즈음 우리사회의 고민거리인 안전 불감증에
내가 너무 민감한 것일까요 ?

사실, 말이 우리에서 튀어나올 확율도 거의 없을뿐더러
튀어 나왔다 하더라도 나는 말을 피해 잽싸게 트랙 밖으로 뛰어 나올 수 있고,
또 튀어나온 말이 이 넓은 경마장 안에서 나만 따라와 발길질을 할 리도 없지만
그래도 이 젊은이의 직업의식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너는 이곳 경마장을 뛸 수가 없다 ! 라는 제지의 말 대신 그가 선택해서 사용해 준
어투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지요. 그리고 그 젊은이가 내가 최종적으로 뒤로 돌아서서
가는 것을 보고 마지막에 덧붙인 말이 그지없이 고마웠지요

도움을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이 문제는 내가 이곳에 있어야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인 시민의 안전에 관한 문제이거든요. 안전에 관한 한 저는 타협이 안 통하는
사람이거든요. 당신 네 나라는 어쩌는데요 ? 라는 투의 그 젊은이의 말 ,
경마장을 뛰어보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생생해서 고맙기까지 한 그 젊은이의 말,

" This is a safety issue ! Sorry, I can not help you "

서울
고덕 달림이
박 복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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