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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광장

마음 비우기, 그리고 쉬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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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재익 작성일01-02-12 16:34 조회9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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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송 재익입니다.

참으로 길고도 추웠던 올해의 겨울은 벌써 2월이 중순으로 접어들었는데도 도대체
물러갈줄을 모르고 동장군의 위세를 한껏 부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듯 싶습니다.
정말 이제 봄은 머지 않아 우리 곁에 다가올것임에,
그리하여 꽃피는 봄날의 찬란한 전설을 일구어내기 위하여 나름대로의 칼을 갈아
오셨을 여러분들의 꿈이 이루어질 날도 머지 않을것임에....

저 개인적으로도 지난 겨울은 참으로 추웠습니다.
지난해 11월 26일 오사카 아마가사키 풀코스 마라톤을 끝으로 달리기 생활은
기약없는 겨울잠에 들어갔더랬습니다.

오른쪽 발목안쪽 복숭아뼈위쪽 힘줄이 계속 당겨와 충분히 쉬어 주자는 나름대로의
명분이 없었던 것은 물론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것보다는 타성에 젖어버리고
만 일상의 게으름과 절제할줄 모르는 차미슬과의 완벽한 데이트,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40대 중년가장으로서의
암담함과 막막함이 그리고 그 고뇌가 년말 년시라는 타이밍과 맞물려 좀처럼
제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1997년 10월,
나이 마흔살의 가을날에 몸무게가 71KG이 넘아가는 것을 보고 시작한 달리기 생활은
3년 3개월이 지나오면서 풀코스 9번 완주라는 기록을 안겨주면서 한때는
몸무게 62KG이라는 날렵한 몸매를 가진적도 있었더랬습니다.

2001년 1월의 어느날.
몸무게가 다시 72KG를 넘어가는 것을 보면서의 황당함.처량함 그리고 덧없슴.
그렇게도 마음속으로 경멸해(?) 마지 않던 배불뚝이 아저씨군단에 합류하지 않으면
안되는 현실이 너무나 부끄러웠지만 BB CLUB창설에도 일조를 아끼지 않았슴은
그렇게 해서라도 마음을 다잡아 보고자했던 내 처절한 몸짓이었다고나 할까요.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반달모임]에는 가능한 빠지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남들처럼 하프 코스를 뛴다는 것은 언감생심.꿈도 못꾸고 그저 반포 만남의
광장주변을 몇바퀴 돌다가 최근 2-3주 전부터는 반포에서 성수대교까지를 갔다오는
10KM를 한 두어번 뛰어봤지요.지난주는 10KM를 뛰는데도 힘이들어 중간에 쉬었다
오고 싶은 강렬한 충동까지를 느껴야 했지요.
그때 주변사람들에게 읊조린 제 탄식.
"하프 한번 뛰어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그리고 어제 [반달 모임]에서 무려 3개월여만에 다시 하프코스를 뛰어 보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다만 출발전부터 마음을 비우기로 했지요.정말로 천천히 가급적 최대한 페이스를 늦춰
뛰어보자. 두시간전에는 아예 들어 올 생각을 말자.가능하면 2시간 10분을 목표로 하자.
2시간 10분이 넘어도 좋다.
(참고로 저의 하프 베스트 기록은 1시간 36분이었으며 보통 1시간 40분대는 유지하고
있었슴.물론 꾸준히 연습을 할 당시의 얘기지만...)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린것일까요.
아니면 정말 제가 마음을 비울수 있는 경지에까지 도달한것일까요.
다른 사람들을 다 보내고 천천히 출발을 했습니다.

5KM지점쯤인 성수대교를 지나면서 아마츄어 여자 마라톤계의 유명한 임 영희 여사와
보조를 맞추기로 하였습니다. 임 여사도 최근에는 연습을 못하여 상당히 힘이 들거라며
그래도 하프는 뛰어야겠다며 강렬한 의지를 보이는게 아니겠습니까.

반환점까지 왔습니다.1시간 2분정도가 걸렸더군요.잠실 수영장 부근.이곳에 와 본 지가
3개월이 훨씬 지난 옛날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한심해 지더군요.

몸은 전혀 힘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거의 골찌 그룹을 형성하며 김 재남님과 3명이서 다시 출발점을 향하여
2001년 2월 11일의 한강변을 정말 기분좋게 달려 오고 있었습니다.

탄천을 지나 청담대교를 지나면서 최근 3개월여동안 가장 긴 거리를 달린다는 사실이
조금은 중압감으로 다가올뿐 잠원 토끼굴을 지날때 무릎이 아프다는 느낌이 든 것을
빼고는 골인하는 순간까지 전혀 힘이 들지도 않았으며 호흡이 가쁘지도 않았습니다.

2시간 5분.

기록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그저 편한 마음으로 달린다는 사실이 이렇게 중요하다는걸
새삼 느꼈습니다.3년 3개월의 달리기 생활동안 저는 맹세코 이런 편한 상태로
달려본적이 없었습니다.
설령 그것이 연습이든 대회이든 상관없이 처음에는 천천히 출발했다가도
중반이후로는 자기도 모르게 빨라지고 결국에는 시계를 보며 기록을 의식하게 되는
그러한 과정의 연속이었지요.

하프코스를 뛰실 때 자기 평소기록보다 15분-20분을 더 천천히 뛰어 보십시오.
어쩌면 5분 기록을 단축하는것보다 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혀 느껴 보지 못했던 달리기의 참맛또한 느껴 보실수 있을것입니다.
그리고 조금은 마음을 비울수 있는 여유로움과 슬기로움을 배운 것 같은 자신의
모습에 한없이 대견해 질것입니다.

그리고 크고 작은 부상 때문에 괴로워 하시는 분들께는 "쉬어가기"를 권합니다.
무어 그리 초조하게 서두를 필요가 있으십니까.
욕심은 더 큰 화를 부릅니다.

충분히 쉬고 나서 다시 건강해진 모습으로 천천히 달릴 때 느낄수 있는 맛은
훨씬 색다른 맛이랍니다.
(다만 쉴 때 차미슬과 생맥주는 가까이 하지 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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