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빗속을 질주한 31.5km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현우 작성일00-08-23 23:17 조회2,156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장대비속에 질주한 31.5km
토요일 새벽 5시,
핸드폰 알람이 요란하게 달리기 사이렌을 울린다.
주저할 것 없이 거실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올림픽공원으로 향했다.
그 것은 단지 자신을 채찍하기 위해서 만든 스스로 규율이다.
비오는데 뭘, 공 차다 발목이 조금 이상 있는데, 엉치뼈가 아픈데 나으면 하지 뭘, 등의
갖가지 핑계을 대며 그 동안 훈련에 게으름을 피운 탓에
민화협 2000 통일마라톤에서 처참한 결과를 가져왔다.
아니 그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징조들을
날씨탓, 코스탓 등으로 돌리고 스스로 위안하곤 했었다.
스스로 여름 사나이라고 자부하며 이제껏 살아왔다.
그것은 어릴 적부터 아무리 날씨가 더워도 더위를 별로 느끼지 않았다.
또한 성인이 되어서도 찌는 듯한 복더위를 택해서
지리산 종주, 설악산 공룡능선 종주 등을 즐겼기 때문에
마라톤 역시 더위와 관계없이 잘 달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삼척비치마라톤과 민화협 2000 통일마라톤에서
이제까지 10여회 달린 하프마라톤 중에 최악의 기록으로 골인하기에 이르렀다.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에서 생애 처음으로 풀코스에 도전할 예정이다.
마음속으로 3시간 초반대의 기록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근자에 나타난 하프기록을 보면 4시간 안에 들어오는 것도 무리가 있을 것 같다.
자신을 채찍하지 않으면 결과는 뻔할 수밖에 없지 않는가?
민화협 2000 통일마라톤 이후 독한 마음을 먹기로 했다.
다음 날부터 핑계를 댈 수 있는 모든 것을 무시하기로 했다.
비가 오든, 집안에 일이 있든, 몸상태가 어떻든 춘천마라톤 전까진 먼저 달리기로 했다.
그 것은 마라톤이 내게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새벽 6시, 올림픽공원에서 기본 스트레칭을 마친 후,
서서히 달려나가자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다른 때 같으면, "어, 비오네, 집에 가자!" 했을 텐데, 무시하기로 했다.
김건수님의 "빗속을 달리며" 김재식님의 "빗속을 달리는 환자들"이 생각났다.
그래 나도 비를 맞으며 달려보는거다.
3km 정도를 달렸는데 이제 비는 점점 굵어지기 시작했다.
공원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철수해버리고 뛰는 사람은 간간이 보였다.
'저들도 나처럼 독한 마음을 먹었나 보다.'
마주치면 손을 들어 먼저 인사를 건넸다. 웃으며 답례를 해준다.
비를 맞으며 뛰는 사람은 달리기를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들인가 보다.
질퍽한 몸으로 미소까지 보낼 수 있으니.....
빗줄기는 장대비로 변해버렸다.
삼척비치마라톤과 통일마라톤에서 골인한 런너들에게
소방차로 물 뿌려 주던 것이 생각났다.
땀으로 뒤범벅이 된 상태에서 소방호스 물세례를 받을 때 청량함을......
달리면서 땀이 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시원할 뿐이다.
장대빗속의 공원은 공허했다. 달리던 사람들 마저 떠나버리고 홀로 뛰고 있었다.
공원 관리인들이 비옷을 입은 상태로 우산을 받쳐들고 이곳저곳을 순회하고 있었다.
올림픽공원 젊은이의 길을 10회 순환하기로 했다. 거리는 31.5km
장대비를 맞으며 31.5km를 완주하면 기분은 어떨까?
9회 순환 까진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놓고 몸에 한기가 들기 시작했다.
장대비는 계속 내리고 추위는 느껴지고
그만 멈추고 집으로 향하고 싶었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그러나 떨떠름하게 멈추는 것보다 시원하게 완주하는 것을 택했다.
신발에선 물소리에 삑삑 거린지 오래고,
마라톤 팬츠가 물먹어 사타구니를 자극하여 쓰리고 있었다.
머리에선 연신 빗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몸 전체가 빗물에 수난을 받고 있었다.
공원관리인도 이상한 눈빛으로 흘겨본다. 아마 단단히 미친놈이라고 생각했으리라.
몇 만평이나 되는 올림픽공원에서 뛰고있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
바로 나 자신뿐이다!
모든 사람들은 정상이고 나 혼자 철저하게 미쳐버린 것이다.
무엇이 나를 이토록 미치게 만드는 것일까?
이토록 미쳐서 누구하나 알아주지도 않는 목표를 달성한들 무슨 소용 있다는 것인가?
그래 나는 남이 알아주는 목표를 달성하기엔 너무나도 평범한 범부이다.
그렇기에 그들이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이루지 못한다 할지라도,
나 스스로라도 인정할 수 있는 것을 달성해 보는 것이다.
그것은 그들이 보기엔 하찮은 것일지라도
나에겐 내가 존재함으로 가질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성취이기 때문이다.
장대빗속을 뚫고 달리는 31.5km는 서서히 내 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송파세상 김현우
2000/8/20
토요일 새벽 5시,
핸드폰 알람이 요란하게 달리기 사이렌을 울린다.
주저할 것 없이 거실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올림픽공원으로 향했다.
그 것은 단지 자신을 채찍하기 위해서 만든 스스로 규율이다.
비오는데 뭘, 공 차다 발목이 조금 이상 있는데, 엉치뼈가 아픈데 나으면 하지 뭘, 등의
갖가지 핑계을 대며 그 동안 훈련에 게으름을 피운 탓에
민화협 2000 통일마라톤에서 처참한 결과를 가져왔다.
아니 그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징조들을
날씨탓, 코스탓 등으로 돌리고 스스로 위안하곤 했었다.
스스로 여름 사나이라고 자부하며 이제껏 살아왔다.
그것은 어릴 적부터 아무리 날씨가 더워도 더위를 별로 느끼지 않았다.
또한 성인이 되어서도 찌는 듯한 복더위를 택해서
지리산 종주, 설악산 공룡능선 종주 등을 즐겼기 때문에
마라톤 역시 더위와 관계없이 잘 달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삼척비치마라톤과 민화협 2000 통일마라톤에서
이제까지 10여회 달린 하프마라톤 중에 최악의 기록으로 골인하기에 이르렀다.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에서 생애 처음으로 풀코스에 도전할 예정이다.
마음속으로 3시간 초반대의 기록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근자에 나타난 하프기록을 보면 4시간 안에 들어오는 것도 무리가 있을 것 같다.
자신을 채찍하지 않으면 결과는 뻔할 수밖에 없지 않는가?
민화협 2000 통일마라톤 이후 독한 마음을 먹기로 했다.
다음 날부터 핑계를 댈 수 있는 모든 것을 무시하기로 했다.
비가 오든, 집안에 일이 있든, 몸상태가 어떻든 춘천마라톤 전까진 먼저 달리기로 했다.
그 것은 마라톤이 내게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새벽 6시, 올림픽공원에서 기본 스트레칭을 마친 후,
서서히 달려나가자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다른 때 같으면, "어, 비오네, 집에 가자!" 했을 텐데, 무시하기로 했다.
김건수님의 "빗속을 달리며" 김재식님의 "빗속을 달리는 환자들"이 생각났다.
그래 나도 비를 맞으며 달려보는거다.
3km 정도를 달렸는데 이제 비는 점점 굵어지기 시작했다.
공원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철수해버리고 뛰는 사람은 간간이 보였다.
'저들도 나처럼 독한 마음을 먹었나 보다.'
마주치면 손을 들어 먼저 인사를 건넸다. 웃으며 답례를 해준다.
비를 맞으며 뛰는 사람은 달리기를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들인가 보다.
질퍽한 몸으로 미소까지 보낼 수 있으니.....
빗줄기는 장대비로 변해버렸다.
삼척비치마라톤과 통일마라톤에서 골인한 런너들에게
소방차로 물 뿌려 주던 것이 생각났다.
땀으로 뒤범벅이 된 상태에서 소방호스 물세례를 받을 때 청량함을......
달리면서 땀이 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시원할 뿐이다.
장대빗속의 공원은 공허했다. 달리던 사람들 마저 떠나버리고 홀로 뛰고 있었다.
공원 관리인들이 비옷을 입은 상태로 우산을 받쳐들고 이곳저곳을 순회하고 있었다.
올림픽공원 젊은이의 길을 10회 순환하기로 했다. 거리는 31.5km
장대비를 맞으며 31.5km를 완주하면 기분은 어떨까?
9회 순환 까진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놓고 몸에 한기가 들기 시작했다.
장대비는 계속 내리고 추위는 느껴지고
그만 멈추고 집으로 향하고 싶었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그러나 떨떠름하게 멈추는 것보다 시원하게 완주하는 것을 택했다.
신발에선 물소리에 삑삑 거린지 오래고,
마라톤 팬츠가 물먹어 사타구니를 자극하여 쓰리고 있었다.
머리에선 연신 빗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몸 전체가 빗물에 수난을 받고 있었다.
공원관리인도 이상한 눈빛으로 흘겨본다. 아마 단단히 미친놈이라고 생각했으리라.
몇 만평이나 되는 올림픽공원에서 뛰고있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
바로 나 자신뿐이다!
모든 사람들은 정상이고 나 혼자 철저하게 미쳐버린 것이다.
무엇이 나를 이토록 미치게 만드는 것일까?
이토록 미쳐서 누구하나 알아주지도 않는 목표를 달성한들 무슨 소용 있다는 것인가?
그래 나는 남이 알아주는 목표를 달성하기엔 너무나도 평범한 범부이다.
그렇기에 그들이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이루지 못한다 할지라도,
나 스스로라도 인정할 수 있는 것을 달성해 보는 것이다.
그것은 그들이 보기엔 하찮은 것일지라도
나에겐 내가 존재함으로 가질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성취이기 때문이다.
장대빗속을 뚫고 달리는 31.5km는 서서히 내 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송파세상 김현우
2000/8/20
추천 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