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가 좋아 계속 달릴겁니다(제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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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해성 작성일00-09-30 09:48 조회1,42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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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가 좋아서 계속 달릴겁니다(제4편) 보고드립니다.
부제: 한반도 횡단 서해에서 동해까지(제4편; 대관령 휴게소 ~ 경포대해수욕장)
(도입부분)
어제 저녁 아내에게 한반도횡단 재시도계획을 꺼내 걱정만 끼친 것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처음 횡단팀에 합류하기로 결정할 때 저는 많은 날동안 셈하며 저울질하다가 결정하게 되었고 비록 시간내 완주기록에는 턱없이 미달된 형편없이 부끄러운 결과를 내어 실망이 컷었지만 이제는 어느정도 마음이 평안해지며 다시금 도전하기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여러분들께서 생각지 못하셨던 놀라운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 우리 평범한 네티즌 마라토너들 끼리만 알고 있을지라도 대단히 장한 일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있으며
저도 그분들(?)의 약간 당황스러운 계획에 조금만 기다리다가 같이 하자고 만류를 하고 싶었지만 차마 찬물을 끼얺는 나쁜(?)일을 할 수 없어서 마음으로 성공을 기원하며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지켜보기로 하였습니다. 송파세상 김현우님께서 속깊은 글을 올려주셔서 준비하는데에 더욱더 힘이될 것으로 믿으며
금번 시도외에 제3, 제4 아니 계속적으로 횡단팀이 발족되어 우리나라 울트라마라톤 수준을 끌어올리는 계기를 만들어 주셨으면 하는 바램 간절한바, 제아내의 완강한 반대가 예상되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저도 다시 도전할 계획임을 이 자리를 빌어 약속드려 봅니다.
그땐 금번과 같은 시행착오를 줄이고 보다 겸손한 마음으로 참가할 것입니다. 절실히 느낀바지만 언덕달리는 훈련을 충분히 하여 각력을 길러야만이 완주할 수 있다는 말씀을 감히 드려봅니다.
말씀없이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울트라마라톤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오늘 마지막으로 한반도 횡단 서해에서 동해까지 보고서를 작성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살펴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여러분의 관심이 큰 힘이 되어 최대한의 기억을 되살려 금번 4편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음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본문)
하늘만 바라보며 도움을 바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 폭우는 좀처럼 가늘어지지 않고 계속 쏟아질 것 같았습니다. 어차피 젖었는데 그냥 갑시다. 서경석, 이귀자님에게 재촉을 하며 바삐 대관령 휴게소를 뒤로 하였습니다.
진부에서 대관령휴게소 까지 오르는 길은 지루하긴 하지만 경사가 없어 그리 힘들진 않았는데 내리막길은 초입부터 급경사에 굽어진 길입니다.
추석다음날 새벽이라서 바삐 귀경하는 행렬인지 수없이 많은 차량들이 언덕을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비만 오지않으면 위험하지 않을텐데 차량이 미끄러져 우리에게 달려들 기세입니다. 우리 일행은 번갈아가며 앞에서서 휘레쉬를 원형으로 돌리며 마주보고 오는 차량들에게 신호를 했습니다. 속력을 내며 달려오던 차량들이 우리앞에서 멈칫 멈칫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폭우속에서 달리는 우리를 보고 놀란 모양입니다.
위험한 순간이 많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 대관령고개 내리막길입니다. 보도가 없고 갓길도 넓지않으며 특히나 비가 오는 깜깜한 새벽녘에 달리는 일은 별로 권장하고 싶지 않습니다. 쉽진 않겠지만 다음번 횡단때에는 대낮에 이곳을 지날 수 있도록 강화도에서 출발시간 조정 또는 중간에 시간을 맞추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완주시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안전이 중요하지요.
비는 그칠줄 모릅니다. 아니 조금만 이라도 잔비로 바뀌었으면 좋겠는데. 이내 계속 쏟아집니다. 얼마를 달렸을 까 ? 전방 50여 미터 앞에 희끗 희끗한 물체(?)가 보였습니다. 우의를 입은 사람이었습니다. 흔들거리며 걷다가 우리를 향하여 뒤돌아서는 그의 얼굴 ! 채흔호님 이었습니다. 우리가 진부와 대관령 휴게소에서 밥을 먹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동안 님은 전혀 쉬지 않고 달려온 모양입니다. 왠만하면 대관령 휴게소에라도 들렀을 텐데 부지런히 달리고 또 달린 모양입니다. 경주에서 거북이가 토끼를 이겼다는 이솝우화가 실증된 셈입니다.
세사람보다 네사람이 좋습니다. 욕심이지만 꼭 그리되리라 믿습니다. 다음기회에는 많은 분들이 동참하기를 고대하겠습니다. 채흔호님의 가세로 더욱더 힘이 난 우리들은 현란한 불빛의 군락이 펼쳐진 강릉시내를 향하여 힘차게 내려갑니다. 이제는 다리가 아픈 줄도 모르고 그저 습관적으로 내딛습니다.그러나 채흔호님에게 애로사항이 생긴 모양입니다. 잠을 전혀 못 주무셔서 인지 달리다가 가끔 멈칫 멈칫 합니다. 알고보니 졸면서 달리신 것입니다. 너무나 위험스러운 요인을 앉고 대관령 내리막길을 달린 것을 생각하니 아찔한 기분입니다. 지금은 다끝나 이렇게 손쉽게 쓰고 있지만 그땐 정말 괴로웠습니다.
달리시다가 멈춰서기를 수십차례 ! 내려가는 길은 끝이 없는데 졸음때문인지 영 속도를 못내십니다. 남산길 오르막, 내리막 연습에 익숙한 저이기에 날만 밝고 비만 내리지 않으면 최대한의 스피드를 발휘하여 내려갈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으며 왼쪽 엉치뼈부분의 부상이 미웠습니다. 그러나 설령 그런 좋은 여건이라 하여도 채흔호님의 형편이 좋지않음을 알면서도 저혼자 달려나갈 수는 없는 일이지요.
채흔호님을 앞 세우고 독려하며 달리기를 계속하며 그분의 졸음을 깨우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하여 노래를 부르기로 하고 약간 크게 가요를 불렀습니다.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겹쳐고 가중된 피로감에 졸음까지 가세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디가서 비를 피하며 휴식을 취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을 듯 하였습니다. 그러나 가도 가도 내리막의 끝은 보이지 아니합니다.
굽이 돌면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돌진해 오는 차량들, 차량의 행렬은 계속되고 빗줄기는 여전한데 이번에는 생각지 않은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귀자님의 오른쪽 발목부분의 통증이 재발한 것입니다. 못 가겠다 합니다. 맨소래담으로 진통을 억제하려 하나 가라않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어둠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경포대까지는 20여 km 밖에 안남았을 텐데 여기서 지체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우리 일행은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무시하고 다시 달리기로 하였습니다.
이상스럽게도 저는 대관령 내리막길에서는 그리 큰 통증은 경험치 못했습니다. 태기산 내리막길을 내려올 때 같았으면 대관령 내리막길은 힘든 역정이 예상되었는데 말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도 정신력의 결과가 아닌가 봅니다.
이제 다왔다 생각하니 최면이 되어 실제로 아픈데 느끼지 못하는 것 말이지요. 횡단 완주후 이제 17일이 되었습니다. 그때는 몇군데 외에는 아픈 곳을 몰랐는데 요즘 어느정도 몸이 풀리면서 무릎등에서 신호가 오고 있습니다.
아내가 그러더 군요. 저는 몸의 감각이 둔해서 왠만큼 아파도 느끼지 못한다고요. 어쨋든 안전에 유의하는 일이 중요하지요. 엄우용님의 글을 읽고 안타까운 맘 그지없습니다. 부상 때문에 시달리시는 님의 모습이 안쓰러웠는데 또 불편하십니까 ? 조속한 회복을 기원드립니다.
약 2시간여를 더 달려가니 휴게소가 보였습니다. 비가 내려서인지 다행히 손님이 거의 없어 우리에게는 다행이었습니다. 비에 젖어 초라한 모습을 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 때문에 피해를 줄까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마음씨 착한 휴게소 관계자의 배려에 가락국수를 먹고 커피를 마신후 적절하게 쉬었습니다. 날은 점점 밝아 오기 시작합니다. 이제 갑시다. 채흔호 님의 제안이다.
휴게소를 나와 달리려 하니 이제는 나의 그 고질적인 부상부위가 출발을 가로막는다. 왼쪽 엉치뼈 부위의 통증이 너무 심하다. 차라리 쉬지않고 달렸으면 아픈 줄 몰랐을 텐데 한참 쉬고 나니 잊었던 아픔이 다시 느껴지는 모양이다. 서경석, 이귀자님이 갑자기 내쳐 달린다. 뭐라 이야기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100m 이상 앞에 달리고 있다.
번뇌의 순간이 었다. 이럴 땐 어떻게 할까 ? 연세드신 어른인데 나몰라라 하고 채흔호님을 떼어 놓고 갈수는 없지않은가 말이다. 야속하게도 나는 "나몰라라 하고"를 택했다. 몇마디의 어설픈 변명을 하고 앞선 두사람을 좇았다.
나중에 들어보니 채흔호님은 계속 몰려오는 졸음때문에 내가 뭐라 이야기 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했다. 미안한 맘 그지 없다.
앞을 바라보니 벌써 700m 정도 떨어져 있다. 전문 마라톤 선수들에게는 상당한 거리로 앞선수에게 신체의 갑작스런 부상등의 변수가 없는한 역전의 가능성이 희박한 경우이겠지만 나는 괜찮았다. 얼마든지 달려라 하며 빗속을 여유있게 달렸습니다. 어느덧 약 20분을 달리니 고가 도로가 보였습니다. 이제 강릉시내의 초입에 들어섰나 봅니다. 거리차이는 이제 약 500m, 서경석님은 보이지 않고 이귀자님이 고가도로 위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언덕이 있는 곳에서 힘있게 채어 올라가 보았으나 이귀자님 역시 속도를 늦추지 않고 달립니다. 약간의 간격을 좁히는데 그쳤습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김형성님께서 세가지 의문이라는 글을 쓰셨는데 저는 이귀자님의 그 가냘픈 몸에서 어떻게 후반에 그런 가공할만한 스피드가 나오는지가 연구과제 입니다.
약 20분을 더 달리니 이제는 강릉 고속터미널이 나오고 강릉시내에 들어선 모양입니다. 왼쪽길로 구부러지는 가 했더니 꽤 높은 언덕이 보였습니다. 이제는 서경석님도 보였습니다. 약 200m 전방에 말입니다. 이곳 아니면 그들과 합류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온힘을 다하여 달렸습니다. 힘을 다하여 나중에 떨어지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말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저는 그들의 체력도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폭우속에서 그것도 배낭을 메고 약 10km를 40분 초반대(확실하지는 않음; 느낌상)에 질주하였다면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입니다. 그정도의 스피드로 달렸으니 후반으로 치닫는 길에서는 저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겠지요.
언덕정상에 오르기전에 그들과 합류하였습니다. 그들을 만나자 마자 서경석님이 채흔호님의 안부부터 물어왔습니다. 알지 못하겠노라고 무심한(?)말을 하고 묵묵히 그들과 달렸습니다.
그런데 왠걸 좀처럼 스피드가 줄지 않는 것입니다. 대단한 괴력이었습니다.
30여분 정도 같이 달리니 이제 경포대 호수가 저멀리 보입니다. 서경석님이 감회가 깊은 모양입니다. 20여년전에 신혼여행을 왔던 곳이라 하며 "예전에는 경포호 중간에 정자가 있었는데 ......, 하며 아쉬워 하였습니다. 벛나무 가로수길을 지나 10여분을 더 달려가니 이제 경포호다. 경포대라면 이쯤에서 누군가가 마중을 나와야 하는건데 하는 아쉬움에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다. 5분여를 더가니 왼편에 언덕이 있고 고색창연한 기와건물이 보인다.
이곳이 바로 경포대 로구나 하며 셋이 힘차게 올라가니 역시 아무도 없고 우리뿐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포대 정자에도 올라보고 신사임당상의 주변도 찾아 보았으나 없다.
비 때문에 핸드폰에 물이들어갈까봐 경포대 안에 들어가 이용식님에게 전화를 했다. 거기서 쭉 올라오면 된다 한다. 경포대가 아닌 경포대해수욕장 이라 한다. 허탈한 기분을 안고 경포대를 내려와 이제는 급하게 내닫지 않고 여유있게 해수욕장쪽으로 향하였다. 이제는 다왔기 때문이다. 저만치 해송 몇그루가 서있고 여관들이 있는 것을 보아하니 경포대 해수욕장이 틀림없다 판단하고 말이다. 약 5분후 도착할 수 있었다. 이용식님이 아픈 다리를 감싼채 우리들이 들어오는 모습을 촬영해 준다. 먼저 도착한 박문승, 윤장웅님의 축하의 박수를 받았다. 경포대 해수욕장의 거센 파도가 밀려오는 백사장을 향해 달려갔다. 동해의 바닷물에 발을 잠그고 싶었기 때문이다. 당초 목표했고 기고만장하게 약속했던 시간은 훨씬 지났지만 난 만족했다. 그러나 기쁨에 도취하여 환호성을 지를 수는 없었다.
한순간 오히려 서글퍼 짐을 느꼈다. 한반도 횡단을 결정하고는 그렇게 가슴설레이며 달릴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막상 목표지점에 도착하고 보니 그리 기쁘진 않다.
어찌보면 욕심꾸러기 이기 때문일 것이다. 횡단에 도전하였던 모든 분들이 완주에 성공하여 감격스러운 눈물을 흘렸어야 하는데 말이다.
혹시 다음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분들과 함께 열과 성을 다하여 준비함으로 최선의 상태에서 달리고 싶다. 그땐 기록도 단축하고 전원 건강한 모습으로 완주에 성공하기를 고대하면서 난 오늘도 계속 달릴 것이다.
며칠후 제2회 문화일보 통일마라톤 대회날이다. 같이 강화도를 출발하였으나 강릉 경포대해수욕장에서 만나뵙지 못한 동지들과 재회하여 안부를 묻고 싶다.
그리고 욕심같아서는 그분들과 다음번 도전을 이야기 하고 싶다. 그들의 의사가 나와 같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기록이야 어쨋든 나는 달리기가 좋아 계속 달릴 것이다. 남을 위하기 보다 나 자신을 위한 달리기가 아닌가 ! 그저 달리고 싶다. 박병대 님의 "야생마이고 싶다"라는 싯귀가 가슴에 와닿으며 적극 동감하는 부분입니다.
이제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2000. 한반도횡단 서해에서 동해까지" 완주결과 보고를 마치고자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마침표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제3, 제4, 제5, 아니 계속적으로 완주기가 보고될 것이며 송인호님 처럼 충정에서 도전기를 보고하시는 분도 많을 것입니다. 모쪼록 저희들의 금번 한반도 횡단기록보다 훨씬 좋은 기록으로 완주하셔서 대한사람의 의지를 과시할 수 있는 제2, 제3의 한반도 횡단팀이 속히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 늦가을을 기다리며
은평구 백련산 아래 허름한 연립주택에서 미력하나마 정해성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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