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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못할 달리기②이주일 아저씨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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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승기 작성일01-02-15 17:26 조회6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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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스클럽에서의 일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3년전쯤인가에도 트래드밀에 오랜 시간을 매달렸다. 15분 제한시간의 달리기 틀이 4개, 무제한 틀이 1개였는데 그 한 개를 1시간이상 을 독차지하며 사용했다. 경이롭게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모두가 같은 마음은 결코 아니다.
어느날 틀에 오르려 하는데 평소 못마땅하게 시선을 보이던 짖굳은 분이 잠시 양해를 구하고 소매를 잡아 세운 일이 있다. 그러면서 그분은 의미있는 미소를 지으며 달리는 폼을 잡게 하더니 몇가지 주문을 하는 것이 아닌가.

"턱을 들어 젖혀 보시죠."
"손은 주먹쥔 부분만 바닥이 45도 위로 향하게 하고 손목을 벌려보시죠."
"두 손을 벨트라인에 위치시켜 보시죠"

그 사이에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그의 주문은 계속 이어졌다. 영문을 모르는 알통가재는 멀뚱멀뚱 그 사람이 시키는 대로 자세를 잡았다.

"이번에는 그 자세에서 엉덩이를 들이밀고 가슴을 내밀어 보시죠."

이쯤에 이르자 알통가재는 그 분이 달리기의 바른 자세를 알려주는 것으로 알고 고마운 마음에 더욱 열심히 자세를 잡았다.
당시는 척추를 꼿꼿이 세워 지면과 수직으로 해야한다, 발은 八자가 아니라 11자로 해야한다, 손은 좌우가 아닌 앞뒤로 흔들려야 한다, 가슴은 내밀어 폐활량을 크게 해야 한다는 등의 말들을 모아 열심히 실천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분이 시키는대로 자세를 잡고나니 그는 마치 자신이 만든 조각 작품을 감상하듯 손으로 가리키며 전혀 엉뚱한 말을 던지는 것이 아닌가?
"꼭 영락없는 이주일씨 데뷔할 때와 똑같은 모습이 아니겠습니까?"
영문도 모른체 바라보고만 있던 구경꾼들이 별안간 와 하고 웃는다. 그때서야 그 분의 의중을 알았지만 거울을 보니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한참을 같은 자세로 있으면서 덩달아 웃은 일이 있다.
순간 웃으면서 나도 모르게 목안에서 맴도는 말이 있었다.
"나도 참 많이 변했구나"
운동을 좋아하지만 전에는 유도, 태권도, 복싱 등 주로 격투기를 좋아했다. 반드시 그래서만은 아니겠지만 승부욕도 남달랐다. 지거나 밀리면 잠을 못잘 정도였으니 짐작이 갈 것이다. 자존심의 손상은 더더욱 허용치를 않았다. 꼭 깨진 유리조각과도 같았던 것이다.
아마 그 때 그와 같은 일을 당했다면 당연히 멱살잡이가 생겼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함께 웃고 있으니 많이 변했다고 스스로 말했던 것이다. 사실 그분은 "웃자고 한번 해본 것이니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지만 사과를 안해도 별일은 없었을 것이다.
흡사 이주일씨 데뷔당시의 모습일지라도 90kg 이상의 몸으로 마라톤을 즐기면서 큰 부상없이 달리게 해준 자세가 아닌가?
마라톤이 나에게 건네준 가장 값진 선물을 꼽으라면 건강과 더불어 늘 웃을 수 있는 여유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땀과 고통과 기쁨의 가치를 이제 어느정도 알 것 같아 아들 딸에게 해줄 이야기도 많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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