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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론의 입장에서 본 '대한 울트라 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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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주성 작성일00-09-23 10:25 조회1,5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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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런맨 선주성입니다.
이번 '울트라 협회' 논쟁이 결코 소모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논의의 과정에서 상대방을 존중하고 상대방 의견의 진심을 보려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논쟁의 양주체가 되는 분들이 모두 달리기를 사랑하고 더 많은 도전을 하고 싶어하는 순수한 뜻을 믿습니다. 그러나 '조직'을 갖추는 것은 주도면밀한 검토와 다수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조직을 구성하는 일반적인 원칙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조직을 만드는 방식은 크게 중앙조직을 만들고 하부조직(또는 구성원)을 만드는 방식(결사조직-하향식 조직구성론)과 자발적인 하부조직의 근거위에서 하부조직의 힘을 결집하는 중앙조직을 만드는 방식(상향식 조직구성론)이 있습니다. 이 두가지 조직구성론은 다 장단점이 있습니다. 또 목적에 따라 만드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쓰는 용어에는 가치판단이 들어있지 않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혁명조직 같은 용어도 단지 조직의 형태에 대한 사회학적인 용어일 뿐, 그것이 가지는 사회적인 의미는 내포하지 않은 것입니다. 양해 바랍니다)

1.하향식 조직구성론: 대표적인 예가 정치조직의 구성방법입니다. 즉 어떤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그 뜻을 이루고자, 우선 뜻맞는 사람들이 결사조직을 만들고 그 내용을 선전함으로써 다른 지역 또는 직군에 그 하위조직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우리나라의 관변단체들이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조직되지요. 예를들어 예전에 '새마을 운동' 조직과 같은 관변조직은 형식은 마치 지방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열기를 하나로 묶는 것처럼 각 지역에 지부를 설치했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정부의 지시와 지도를 받아 위에서 아래로 만들어진 조직입니다.
하향식 조직의 장점은 조직을 구성하는 시간이 빠르다는 것입니다. 물론 혁명조직과 같은 고도의 결사체는 좀 시간이 걸리겠지만요. 또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 힘든 내용의 조직은 이런 식으로 조직을 구성해 선전해 나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단점은 조직 구성원의 자발성이 부족하고 자칫 조직만 있고 형식적인 조직원이외에 실제로 소속감을 가지고 일하는 구성원이 없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2.상향식 조직구성론: 대표적인 예가 비영리 민간단체들의 구성방법입니다. 지역적으로 자연발생된 조직들이 연대의 필요성을 느껴 중앙조직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예를들어 경북과 경남에 유사한 목적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들이 있는데 이를 좀더 강력한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 '경상도'라는 이름을 내세운 단체를 만들고 나아가 전라도 서울 경기등 많은 지역의 유사단체들을 묶는 전국조직망을 갖출 수 있겠지요.
이런 조직방식의 장점은 조직 구성원들이 실제로 열의를 가지고 활동하고, 각 지역에 맞는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단점은 중앙조직의 뜻이 하부조직에 잘 관철되지 않고, 지역간 의견충돌이 심할 때 조직 자체가 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3.달리기와 관련된 조직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정답은 없습니다. 그러나 달리기 조직은 우선 조직의 성격이 극히 개인적이고 결사가 아니라 취미를 같이하는 구속력이 낮은 단계의 조직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달리기 보급을 목적으로 하면 한단계 더 나아간 조직의 모습을 갖추겠지요.
사실 제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만난 각지방의 아마추어 마라톤클럽의 사람들 중 '전국 아마추어 마라톤클럽 연합'을 제기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서로 정보를 교류하고, 우리나라 마라톤문화를 한단계 높이는데 기여하자는 내용입니다. 언젠가는 만들어져야할 조직이겠지만 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지금 그런 조직을 만들기에는 분위기가 충분히 성숙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정보를 교류하는 정도의 수준이라면 클럽별로 채널을 가지고 연락하면 될 것입니다. 그 보다는 좀더 서로를 강력하게 묶는 '뜻'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이런 필요와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국조직을 만들면 중앙조직은 지역갈등과 의견차로 자칫 그간 있었던 상호간의 연대의 끈마저 떨어져 서로 반목하고 질시하는 상태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껍데기만 남은 중앙조직은 달리기 이외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로 채워지고, 진정 달리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욕되게 하는 짓을 하게 될 것입니다.
달리기와 관련되어 전국조직들이 몇개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달리기 관련조직의 모습을 잘보시면 제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4.'대한 울트라협회': 조직을 만들고 안만들고는 이용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대한민국은 결사의 자유가 있는 만큼 자유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조직이 만들어 진다면 열심히 도와드릴 것입니다. 그러나 조금 더 신중하시기 바랍니다. 만들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이왕 만드신다면 앞으로 조직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예상하셔야하고, 예상되는 문제가 있다면 지금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를 고민하셔야 할 것입니다. 조직은 개인의 뜻이나 바램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닌 것을 이용식님은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서울마라톤클럽을 만들면서 그때 회원들이 그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정회원 자격을 엄격히 하였습니다. 최소한 마라톤을 1회 이상 완주한 사람들이라면 서울마라톤클럽을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정회원은 풀코스 1회이상 완주한 자'로 못 박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달리기 보급을 위해 여러 행사를 하면서도 회원을 늘리기 위해 애쓰지 않았던 것도 자발성에 기초한 클럽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함이었습니다. 저는 그렇기에 별로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여러군데서 서울마라톤클럽을 음해하고 비방하는 사람들이 있어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순수성을 의심받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 울크라협회'를 만든다면 나중에라도 우리 달리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거나 욕되게 하는 일이 없도록 처음부터 주도면밀하게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서로 달리기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처음 만나서도 가슴을 열수 있었고, 그 전의 어떤 친구들보다도 자주 만나는 관계가 된 우리들. 계속 마음을 연 상태로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주말입니다. 행복한 달리기 생활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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