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꼬리에 파리 붙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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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창규 작성일22-04-03 17:58 조회2,403회 댓글6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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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겨운 나날이다.
답답하다.
봄을 이기는 겨울은 없다는 말 처럼,
봄의 장막은 겨울의 한 귀퉁이를 덮으며 찾아왔다.
적당히 몸을 다스리며 기다린 보람이 있어
깨어나는 봄을 맞을 수 있겠구나.
아직은 서늘한 4월초의 새벽.
훈련양은 좀 아쉽지만 한번 시험 해보고 싶었다.
무모한 것 아냐?
그렇다.
사실이다.
주간 달리기가 평균30키로,
장거리를 한번쯤 달렸다 해도 50키로.
월평으로 좋게 잡아 150에서 많아야 200이다.
한창때 300~400 에 비하면 하품나는 숫자지만
그런데도 몸이 좋단다.
잘 지킨 휴식 덕분이지 싶다.
길건 짧건 달린 다음날은 휴식이다.
물론 달리기만 쉬었다.
대신 푸쉬업등 간단한 맨손 운동과 스쿼트 등을
함으로서 루틴을 이어갔다.
지난주에 반포운동장에서 확인했다.
마침 풀코스를 썹3로 달려보겠다는 두명의 러너가,
급수대까지 준비한 가족의 응원을 받으며 트랙을 달리고 있었다.
워밍업도 없이 따라서 달리다가 초반에 호흡이 안터져서 고전했다.
그래도 중반이후에 힘을 내서 4분 초반의 기록으로 하프를 마무리 했다.
마른 나무에 물이 오르듯 이러다 꽃피는 거 아냐?
이른 시각에 도착한 반달본부엔 어둠이 가득하다.
싸늘한 한기도 녹일겸 천천히 몸을 푸는 중에
박덕수님을 필두로 젊은 재형님 명희형 상국형 그외
장승처럼 늘씬한 건각들이 족히 십여명은 됨직하다.
반갑게 맞아주는 우리의 영원한 페이스메이커 중무님과도 인사하고 곧 출발하는 그룹 맨 뒤에 따라붙는다.
좋다.
좀 멀긴하지만 맨앞에서 이끄는 중무형의 발에 맞추려 노력했다.
나는 동반주자의 발에 맞추는 걸 좋아한다.
같은 시공에서 호흡을 같이하며 발까지 맞춰 달린다는 건 행복이다.
잘 맞는 아내처럼.
옥수역부근의 개나리가 노랗게 흐드러졌다.
너, 일찍 핌을 자랑마라.
그만큼 일찍 지리니.
더 빠른 A팀을 앞서 보냈다.
멀어지는 팀원들의 뒤모습이 물안개에 스미듯 흐려질즈음 중무형의 인도를 받은 우리팀도 광진교를 건너기위해 언덕을 오른다.
후반부에 빌드업하기가 수월하다는 재형님의 말에 수긍하며 잠실벌을 적시는 강변길을 달린다.
아무렴 물은 낮은데로 흐르는 법.
우리는 지금 내리막을 달리고 있다는 헛된 생각도 해본다.
재형님, 진짜 내리막 맞지요?
내리쏘는 젊은 재형님을 부럽게 바라본다.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깨우고 사점에 아우성치는
다리에 채찍을 내린다.
중무형의 발소리만 듣는다.
내 발소리를 거기에 포갠다.
이렇게 우린 한몸으로 사점을 이겨냈다.
30키로 4분30초!
더 달리고도 먼저 들어온 A팀과 재형님의
박수와 주먹터치를 받으며
나는 또 행복하다.
댓글목록
박재형님의 댓글
박재형 작성일이렇게 유쾌하고 멋진글을 읽는게 얼마만 인지 모르겠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2년 남짓 팀 단위로만 훈련을 하다보니 선배님들을 뵐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요.. 이번주에 선배님들을 뵙게되어 너무 반가웠습니다. 더군다나 선배님과의 동반주는 처음인거 같은데요, 내공이 실려있는 몇 몇 얘기들을 캐치 할 수 있어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복귀하는 길은 내리막길이 맞을겁니다.. ^^;;;;
이창규님의 댓글
이창규
반달의 희망,박재형님과 같은 건각과 발을 맞춘다는 건 어쩌면 무모한 도전입니다.
배려하는 그 마음을 간직하겠습니다.
늘 감사드리며.
장상오님의 댓글
장상오 작성일
말 꼬리에 붙은 파리가 천리를 간다???
그냥 편한팀(국대팀???)과 달리면 되는데
강단있게 60중반의 열혈청년이
0130팀 상비군과 맞짱떴네요^^
0130팀 상비군 뉴페이스입니다...
30k, 04:30 페이스???
형님! 아직 실력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대단합니다♠♠♠
이창규님의 댓글
이창규
상오형, 쑥스럽게 웬 칭찬이...ㅎㅎ
분수에 맞는 달리기를 하렵니다.
운이 따르면 한번 멀리 보구요.
황새 따라가다가 뱁새, 가랭이 찢어질라.ㅎㅎ
고맙습니다.
박덕수님의 댓글
박덕수 작성일
맞습니다.
광진교 건너 남단을 뛸때는 분명 내리막입니다. ^-^
앞으로 저희랑 함께 뛰어요.
스타트는 늘 다함께합니다.
이창규님의 댓글
이창규
바람을 몰고 달리는 덕수님,
꽁지에서 급한 발놀림으로 바쁘게 따라가는 주자를 위해 일부러 말동무 해주는 배려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씩씩한 달리기가 부럽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