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행복한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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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창규 작성일21-04-12 11:45 조회1,563회 댓글6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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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는 다는 건 곧 일과의 시작을 알림이다.
농경시대가 아닌 요즘사람들도 해가 뜨고 짐은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기준이된다.
언제부턴가 아침의 밝음보다 더 일찍 눈이 떠진다.
낮의 길이가 길어지는 춘분이후엔 어쩌면 당연하다.
거기다 한시간이라도 일찍 잠자리에 든 날의 새벽은
어스름한 새벽의 시간을 더욱 지루하게 만든다.
나이탓도 있으리라.
일요일 새벽 알람은 05시30분에 맞춰놨지만
눈을 뜬 시각은 이미 한참되었다.
6시도 안돼서 부시럭댄다고 궁시렁대는 아내의 잔소리를 환청으로 느끼며 미리 알람소리를 죽인다.
난 바람보다 먼저 눞는 풀잎이다.
전처리를 끝내고 차에 시동을 걸어놓으면 한참 뜸을들인 아내가 부스스 차에오른다.
먹는게 부실한 그에게 파워젤을 건네고 출발이다.
난 지금같은 4월 언저리의 새벽이 좋다.
어둠이 물러난자리,
마치 갯벌이 드러난 썰물의 바다처럼 살아나는 아침이다.
어둠은 저멀리 간월도근방에 물러나서 아침햇빛에 반짝이는 검은 다이아몬드 같은 바닷물이다.
난 바닷가 황토 언덕에 서서 물빠진 바다를 등지고
수덕사가 묻혀있는 산기슭의 녹음을 본다.
막 올라오는 햇빛을 손차양으로 가리고.
난 강변에 서서 동녁의 하늘을 실눈으로 어림하며
오늘 다녀올 길을 짐작한다.
자주 다니는 마을길 이지만 또 새롭다.
바래어 희미해진 턴 표식을 찾아 발길을 돌리고
매 킬로에 울림을 주는 가민을 들여다보고 속도를 맞춘다.
5분이구나.
한 감독님을 뒤따른다.
장상오 형이 앞에 있다.
십수년전 가벼운 발걸음으로 페이싱해주던 그 상오형이 지금 내앞에서 달리다가 내 기척에 힐끗 돌아보더니 이내 뒤로 슬금 빠진다.
핫바지에 방구 새듯.
괴이하기도하지.
아무리 청출어람을 흐뭇해 하는 스승일지라도 기량이 저렇게 늘지 않다니.
우리끼리니까 하는 말이지만 기본 타고난 뭔가는 분명 있다니까.
장거리를 계획한 감독님과 실비아님을 떨치고 앞으로 나선다.
나의 오늘목표는 후반부 질주를 통해 0140.
밀물과 썰물이 일정주기로 교차하듯 밝음 뒤엔 분명 어둠이 따르는 법.
나의 밝음은 황혼으로 물들 날이 머지 않았다.
대낮처럼 밝은 상오형의 황홀한 달리기를 기다린다.
벌써 돌아온 0130팀의 양양한 모습이 부럽다.
우리 갑장들은 다 어디있는겨?
댓글목록
장상오님의 댓글
장상오 작성일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일요일 새벽 반달 나가기.....
때로는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
알람 소리를 그냥 누르고 자고 싶을때가 있다
어제 반달이 그랬다....
전날인 토요일 작년 10월이후 거의 6개월만에
광교산-청계산 종주 트레일러닝을 했더니
허벅지가 아프기도하고 무겁기까지 하다.....
이런 상태로 무신 레이스.....
매주 일요일 감독님, silbya님과 죽어라 레이스하며
실력을 어느 정도 올려놨지만
오늘은 안되겠다싶어 중간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창규형이 옆에서 자꾸 긁어댔지만
내 다리가 불났는데 형과 레이스 할 상황이 아닌지라
자존심이고 뭐고 그냥 항복.....
창규형! 기다려봐요.......
곧 동반레이스 도전할테니...
이창규님의 댓글
이창규
우리 장상오님, 맘 먹고 달리면 뭐 안될 일이 있겠습니까?
기다려주지않는 세월이 야속할 뿐입니다.
더 늙으면 보자 이건 아니죠?
박재형님의 댓글
박재형 작성일
아내의 잔소리를 환청으로 느끼며...
선배님의 내공이 엿보입니다. (왠지 무의식중에) 건네는 파워겔에 사모님에 대한 애정이 느껴집니다~
시간내어 선배님 글을 필사해 봐야겠습니다~
0130 팀 주로가 기존 21km 를 왕복하는 구간에서 25km 구간으로 바뀌면서 반달선배님들을 많이 뵐 수가 없습니다. 그 점 아쉽습니다~~ ^^;;
이창규님의 댓글
이창규
재형님, 아침에 얼굴좀 보려해도 우리의 0130팀, 어느새 바람처럼 보였다간 사라지는 지.
좋은 날씨에 새벽을 여는 님들이 자랑스럽네요.
김칠영님의 댓글
김칠영 작성일달리기 잘 하면은 글 솜씨도 같이 좋아지는가요? 이래저래 부럽습니다.
이창규님의 댓글
이창규
칠영형, 저 앞에 가물가물 보여도 형인줄 바로 알아봅니다.
익숙한 그 뒷모습 여전한 모습이 보기에 좋구요. 멀리서 새벽길을 달려오는 정성이 대단하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