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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행복한 달리기-적당히 만족하며 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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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창규 작성일21-01-30 22:15 조회7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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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도 덤벙인다는 추수철,
손 하나가 아쉬운 부모님은 아직 초등학생인 자식들의 어린 손 이라도 빌리고 싶었을게다.

초가을 해가 아침이슬을 말리기도 전에 고구마밭으로 이끌려나온 나는 맑은 햇빛에 반짝이는 고구마잎새의 촉촉한 감촉을 손바닥으로 쓸어보며 이쪽에서 저쪽끝까지의 발짝수를 세어 보았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솔밭아래 그 긴 이랑은 얼마나 절망스러웠던가.
눈대중으로라도 그중 짧아보이는 이랑을 고르고
거름이 덜 닿아 제대로 자라지못해 흙 두둑이 드러난 이랑을 차지하곤 넝쿨을 걷기시작했다.

털 뽑아놓은 병아리같은 맨살의 두둑에서 호미질 몇번에 나뒹구는 실한 고구마 알들을 보면 해뜨는 새벽녁 긴 이랑앞에서 절망했던 기분은 싸악 가시고 밭고랑에 수북히 쌓인 그것들에 가슴가득 충만함을 느낀다.

밥을 먹고 얼마지나지않아 달려야할 때,
왠지 몸이 무거워 컨디션이 영 아니어서 마음먹은 대로 달리기가 안될 것같을 때,
나는 트랙으로 간다.
우면산을 오르고 한바퀴 달리고 온다든가
한강으로 나가 장거리를 뛸 생각하면, 뭔가 푸짐한 뷔페에서 빈접시를 들고 서성이는 배탈난 사람처럼 출발이 망설여진다.

반포운동장이나 근처 서울고 운동장이 좋다.
1~2 킬로만 가면 닿을 수있는 곳이다.
반포는 운동장이 폐쇄되었으니 안되고 밤시간에 서울고 트랙을 찾는편이다.
타원형의 정규트랙은 아니지만 전체길이 약540미터의 부드러운 사각모양의 우레탄 주로다.
집에서 약 1키로의 거리이니 천천히 워밍업하는 셈으로 달려서 시옷자형 정문을 들어서면 바로 우레탄의 폭신한 느낌을 받을 수있다.
그정도의 웜업으론 어림없다는 듯 무거운 다리는 마치 여름날 발목이 빠지는 뻘바다를 헤메는 기분이다.

그럴 때,
난 트랙의 구간을 4등분으로 나눈다.
한쪽면을 천천히 달리다가 100 여 미터를 상대적으로 빠른 느낌으로 달리고 다시 천천히 그리고 다시 빠르게...
확실히 지루하지않다.
이것도 나름대로는 인터벌훈련으로 생각하면서.

바퀴수가 늘어나면 빠른 구간의 속도를 서서히 올린다.심박수를 올리다보면 어느새 몸도 가벼워져있고 거리도 늘었다.
낮은 기온에 걸치고 갔던 점퍼도 되는대로 벗어서 던져놓고 내키는대로 한바퀴만 더,조금만 더 하면서 쥐어 짤 수도있다.
밤이 깊어지며 드물던 인적도 끊기고 가로등 불빛이 더욱 밝아지면
아,이제부턴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다.
이만하면 됐다 싶을 때, 멈추면 그만이다.

그렇다.
난 무한궤도의 바퀴처럼 끝없는 레일위를 한없이 가야하는 전차가아니다.
오늘은 이정도로 끝내자.
만족할 줄 알아야 되겠다.
사래 긴 고구마밭의 넝쿨걷기가 끝나면 황토밭이 툭툭 터지도록 굵은 고구마가 솟아나오듯
막막하던 저쪽 완주지점에 안도의 한숨과 벅찬 환희가 있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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