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행복한 달리기(잠실대교에 올라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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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창규 작성일20-12-21 15:01 조회893회 댓글2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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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마치 운석이라도 떨어진 자리처럼 움푹패인 커다란 물웅덩이엔 가장자리께 살얼음이 얼고 서리가 하얗게 내려있었다.
근처 공사장에서 흘러왔을 갖가지 건축쓰레기들이 흩어진 웅덩이 근처엔 공사인부들의 한끼를 해결할 함바식당들이 굴뚝마다 하얀 연기를 뿜으며 점심을 준비하고있다.
이미 지어져 입주가 시작된 잠실주공 고밀도아파트가 드넓은 삼전도 벌판에 그야말로 우뚝하다.
아파트 부속상가 2층 미분양된 빈가게에서
회사선배들과 점심도시락을 사먹으며 바라보는 성남 방향 큰길엔 흙먼지를 일으키는 트럭들만 분주히 오간다.
아마도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눈길을 내려와 청태종에게 무릎을 꿇고 아홉 번 머리를 찧은 곳이 저 웅덩이 근방이 아녔을까?
아직 올림픽이 열릴려면 10년이 남은 1978년.
난 20살이다.
내가 일하던 사무실은 아파트 523동과 잠실대교 남단이 끝나는 지점의 중간 한강뚝방과 불과 2차선 길 하나 사이에 있었다.
낮은 뚝방에 오르면 마른 강바닦 자갈돌들이 무더기 무더기 쌓여있는 사이로 상류에서 흘러오다 기진맥진 주저앉은 잡풀과 마른 삭정이 온갖 잡동사니가 겨울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40년이 훌쩍지난 이겨울 잠실대교를 건너기위해 경사로를 뛰어오른 나는 푸르다못해 눈시린 햇빛속 드넓은 강물을 깊은 호흡으로 바라본다.
시골의 시냇물처럼 꾸구리,송사리, 모래무지들의 터전이던 강바닦에 저런 물바다가 이뤄지다니.
"산천의구란 말 옛시인의 허사로다."
잠실대교위를 달린다.가슴가득 맞바람을 안고.
축축하게 젖었던 목덜미가 서늘하게 식는다.
그때내겐 무슨꿈이 있었을까?
내년 말이면 입대하는 내겐 매일매일이 소중한 날들이었다.
사무실 옆책상에 앉아있는 서울내기 그녀의 종알거림이 들리는 듯하다.
무지렁이 촌놈에게 서울 아이들의 낭만을 얘기해주던...
아바,퀸,올리비아뉴튼 존, 등의 이름을 알게 해주고 둘리스그룹의 원티드,바카라의 예써 아이캔 부기를 흥얼거리게 했고,바카라의 뜻이 검은 장미라고 알려줬다.
이젠 그녀의 모습조차 물결위에 부서진지오래다.
등이 축축하게 젖었다.긴팔셔츠만으론 이런 영하의 날씨에 어렵겠다 생각하고 얇은 바람막이를 겉옷으로 입었다.이게 기능성 옷감이 아닌가보다.
체온의 열기와 외부 햇볕의 따사로움이 만나 등줄기 수분으로 흐른다.
가민은 4분30초를 오르내리며 지금의 속도를 알려준다.
좀 무리하는거 아냐?
요즘 몸이 좋은 것 같다만 그래도 하프이상을 이렇게 달린 건 오랜만인걸?
그래 때론 이렇게 오버하는 경우도 있는거야.
한창때처럼 오버해서 달린다고 뭐 대단히 늘기야 할까만.
그래도 멀리 달릴때면 구간별로 온힘을 쏟아 달려보는 게 재미있다.
이젠 기능에 익숙해진 베이퍼의 탄력에도 완전 적응됐다.
일반 레이싱화를 신을땐 포어풋 착지를 의도적으로 했는데 이건 신발자체가 포어풋착지를 염두에두고 설계된것같다.
처음 멋모르고 달리다가 종아리 통증에 시달리기도했는데 이젠 미드풋으로 신경쓰며 달린다.
눈감고도 익숙한 강변북로를 달린다.
봄이 어서왔으면...
근처 공사장에서 흘러왔을 갖가지 건축쓰레기들이 흩어진 웅덩이 근처엔 공사인부들의 한끼를 해결할 함바식당들이 굴뚝마다 하얀 연기를 뿜으며 점심을 준비하고있다.
이미 지어져 입주가 시작된 잠실주공 고밀도아파트가 드넓은 삼전도 벌판에 그야말로 우뚝하다.
아파트 부속상가 2층 미분양된 빈가게에서
회사선배들과 점심도시락을 사먹으며 바라보는 성남 방향 큰길엔 흙먼지를 일으키는 트럭들만 분주히 오간다.
아마도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눈길을 내려와 청태종에게 무릎을 꿇고 아홉 번 머리를 찧은 곳이 저 웅덩이 근방이 아녔을까?
아직 올림픽이 열릴려면 10년이 남은 1978년.
난 20살이다.
내가 일하던 사무실은 아파트 523동과 잠실대교 남단이 끝나는 지점의 중간 한강뚝방과 불과 2차선 길 하나 사이에 있었다.
낮은 뚝방에 오르면 마른 강바닦 자갈돌들이 무더기 무더기 쌓여있는 사이로 상류에서 흘러오다 기진맥진 주저앉은 잡풀과 마른 삭정이 온갖 잡동사니가 겨울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40년이 훌쩍지난 이겨울 잠실대교를 건너기위해 경사로를 뛰어오른 나는 푸르다못해 눈시린 햇빛속 드넓은 강물을 깊은 호흡으로 바라본다.
시골의 시냇물처럼 꾸구리,송사리, 모래무지들의 터전이던 강바닦에 저런 물바다가 이뤄지다니.
"산천의구란 말 옛시인의 허사로다."
잠실대교위를 달린다.가슴가득 맞바람을 안고.
축축하게 젖었던 목덜미가 서늘하게 식는다.
그때내겐 무슨꿈이 있었을까?
내년 말이면 입대하는 내겐 매일매일이 소중한 날들이었다.
사무실 옆책상에 앉아있는 서울내기 그녀의 종알거림이 들리는 듯하다.
무지렁이 촌놈에게 서울 아이들의 낭만을 얘기해주던...
아바,퀸,올리비아뉴튼 존, 등의 이름을 알게 해주고 둘리스그룹의 원티드,바카라의 예써 아이캔 부기를 흥얼거리게 했고,바카라의 뜻이 검은 장미라고 알려줬다.
이젠 그녀의 모습조차 물결위에 부서진지오래다.
등이 축축하게 젖었다.긴팔셔츠만으론 이런 영하의 날씨에 어렵겠다 생각하고 얇은 바람막이를 겉옷으로 입었다.이게 기능성 옷감이 아닌가보다.
체온의 열기와 외부 햇볕의 따사로움이 만나 등줄기 수분으로 흐른다.
가민은 4분30초를 오르내리며 지금의 속도를 알려준다.
좀 무리하는거 아냐?
요즘 몸이 좋은 것 같다만 그래도 하프이상을 이렇게 달린 건 오랜만인걸?
그래 때론 이렇게 오버하는 경우도 있는거야.
한창때처럼 오버해서 달린다고 뭐 대단히 늘기야 할까만.
그래도 멀리 달릴때면 구간별로 온힘을 쏟아 달려보는 게 재미있다.
이젠 기능에 익숙해진 베이퍼의 탄력에도 완전 적응됐다.
일반 레이싱화를 신을땐 포어풋 착지를 의도적으로 했는데 이건 신발자체가 포어풋착지를 염두에두고 설계된것같다.
처음 멋모르고 달리다가 종아리 통증에 시달리기도했는데 이젠 미드풋으로 신경쓰며 달린다.
눈감고도 익숙한 강변북로를 달린다.
봄이 어서왔으면...
댓글목록
박재형님의 댓글
박재형 작성일표현력의 달인이신 선배님의 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흔히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로 문장을 만드시는 솜씨가 역시 작가이시구나 라고 믿어 의심치 않게 됩니다. 반달 클럽에 관한 책 한 권 내셔도 많이들 찾아 볼 것 같습니다~~ 코로나 없는 봄 대회서 서브-3 를 달성하시는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 러닝 거리가 동선으로 나오니 버추얼레이스 그림그리기 대회 해도 재밌을것 같습니다~ ^^;;
이창규님의 댓글
이창규 작성일
ㅎㅎ노트북을 닫으려는데 재형님의 댓글이 올라왔네요.
이런 날의 새벽에도 상암벌을 달구셨죠?제트기의 꽁무니처럼 하얀 입김이 뿜어나오는 우리 반달님
들의 힘있는 달리기 모습이 선 합니다. 행복한 달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