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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행복한 달리기 -구름에 달 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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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창규 작성일20-12-03 13:54 조회1,538회 댓글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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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날씨는 좀 좋은가? 
싸 한 추위가 밖에서 운동하기엔 외려 다행이지. 
손님없는 가게에서 기웃거려봐야 눈흘김이나 받기 십상이고 
그저 안띄는 게 신상에 좋을거다. 
에라 ,붙잡아도 나갈 판인데, 동네나 한바퀴 조깅으로 돌아보자 
가벼운 생각으로 나왔지요. 
 "마스크 쓰고가!" 어느새 뒷꼭지를 봤는지  아내의 목소리가 쨍 하고 들립니다. 
아무렴  장님 지팡이 챙기듯 늘 곁에 두고 있어야 낭패를 면하지요. 
마스크 말입니다. 
손을 들어 하얀 그것을 흔들어 보이고 자리를 벗어납니다.
 
 안경쓰는 사람은 공감하겠지만, 더운 입김이 안경에 서려서 
제대로 앞을 보기도 어렵고 숨이 찬 것은 물론이고. 달리면서 마스크를 쓴다는 게 여간 성가신게 아니거든요. 
어쩌겠어요. 본의아니게 턱스크를 하던가 아예 팔꿈치에 걸고 달리는 수 밖에. 
 어쩌다 마주치는 사람은 옛날 남녀 내외하듯 다소곳이 외면하고 공간이 허락되면 에돌아 가는, 
사람 부딪히는 게 이렇게 어색한  시절이됐네요. 

 만약 우면산 좁은 산길에서의 달리기라면 더욱 조심스럽겠지요. 돌부리 나무뿌리에 채일세라 발부리를 살펴야 되는 데, 
비내린 뒤끝의 신작로에서 물웅덩이 피해가 듯, 저쪽 모퉁이에 행여 인기척이라도 보일까 신경이 산만해져서 집중이 안되지요. 

 세종의 형 효령대군의 묘가 있는  청권사 담장을 왼편으로 끼고 언덕을  올랐다 내려오면 서울고 사거리. 
횡단보도에서의 잠깐멈춤에도 연신 몸을 움직여 열기를 보탠 덕에 근육은 부드럽게 풀어지고  열기도 오릅니다. 
 학교 운동장도 한바퀴 돌아주고 백미터 트랙을 질주도 합니다. 

 야구장외야 이동식철책에  잇대어 축구장이 있는 서울고 트랙은 한쪽면의 길이가 130 미터는 되지요. 
어느날 야구타석에서 가장 먼 트랙을 달리는 데  탁 하고 떨어져 구르는 게 야구공입니다. 
공을 주워서 야구부 타격연습장 아이들에게 
"좀전에 친게 누구냐?" 물었더니. 
얘요 얘. 백호예요, 강백호.1학년. 
염소똥처럼 동글동글한 아이가 머리를 긁적이며 서 있었는데... 

 찬바람이 알몸을 드러낸 겨울나무숲을 스치듯 쓸면서 마른잎새를 굴립니다. 
런닝화의 발소리가 차분하게 리듬을 탈 즈음엔 서리풀공원 숲길을 지나 대법원앞에 이르릅니다. 
옛 정보사령부 자리에 터널을 뚫어 집앞까지 바로 갈 수도 있지만 
저는 러너 아닙니까. 뭐 급하다구요. 
이렇게 에돌아서 한발짝이라도 더 달리면 요새 애들말로 
개 이 득. 

 서초역사거리를 건너 양편에 대법원과 대검찰청을 거느리고  누에다리를 멀리보면서 언덕을 오릅니다. 

"억울한 누구를 석방해라. 
누구누구는 재판을 그따위로 하지마라. 나는 억울해서 뜨신 방구들에서는 잠이 안온다. 
그래서 이곳 포청과 의금부 대신들이 드나드는 찬 돌바닥에  거적을 깔았다." 
 통곡과 외침에 목이 쉬었는지 벽판에 가득 메워 쓴 글씨들이 하얗게 바랬네요. 

 나는 또 무심히 달립니다. 지금까지 살았던 것처럼 그렇게. 
시대의 변혁과 이념의 대립속에서 변방의 난민들이 겪어야 했던 질곡의 시절 처자식의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했던 아버지의 생전 말씀처럼, 
"분수껏 살아라" 

 겨울 갈수기에 하수냄새가 진동하던 반포천 냇물에 정화장치를 하고 맑은물을 흘려넣어 정비해서인지 천변을 달리기에 거북하진 않네요. 
이렇게 인구가 집중되는 도심은 어떻게든 인공적인 개선이 있어야 쾌적한 생활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반포운동장을 달립니다. 워밍업이 충분했으니 속도를 올립니다. 
100초언더를 목표로 밀어봅니다. 
다행히 400트랙엔 사람이 없어서 마스크는 벗어도  되겠지. 
찬바람인데도 온몸이 후끈합니다. 
짧은 겨울해가 비스듬히 기울어 눈이 부십니다. 
벗었던 바람막이를 입으며 천천히 마무리하는데, 저쪽 지는 해를 등지고 웬 노랑조끼가 나를 유심히 보면서 성큼성큼 다가오네요. 
아는 사람인가?  
실눈으로 가늘게 바라보니. 중년의 그양반, 긴  손가락으로 내 얼굴을  꼰으며 
 "선생님" 
 ???? 
 "마스크로 입이라도 가리고 뛰세요" 

 동작대교아래 겨울저녁해가 차갑게반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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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장상오님의 댓글

장상오 작성일

잔뜩 예열을 마친 대퇴사두근이 순간 가속 페달을 밟고 싶어도
코와 입을 가려 숨을 제어하는 마스크 때문에
엔진이 힘을 쓰지 못하고....

그렇다고 마스크를 벗고 뛰자니 360도에서 쳐다보는
수많은 광선 레이저에 바로 꼬리를 내려야 하고....

코로나 때문에 많은 분들이 힘들어 하지만
거친 숨소리가 선택이 아닌 자연적인 현상인
런너들에게 코로나로 인한 마스크 문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어케할 수 없는 난감한 문제입니다...

마님의 매서운 눈초리에도
용감무쌍하게 뛰쳐나왔는데
노란조끼 아저씨가 마님보다 더 무서워 보였을 듯...ㅠㅠ

이번 겨울은 달림이들에게 유달리 더 추운
한파가 될 듯 하니 걱정입니다.
그래도 염치불구하고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달려봐야죠...

이창규님의 댓글

이창규 댓글의 댓글 작성일

참, 답답한 시절이네요.
눈치 볼 일은 또 이렇게 많고..
그저 달리기나 해야 좀 풀립니다.

김경종님의 댓글

김경종 작성일

글쓰는 필력이 장난아니게 실감나고 뛰어나십니다. 아라뱃길까지 이어지는 굴포천변에서 주말에 달리기를 할 때는 걷거나 뛰는 분들보다는 잔차타시는 분들이 더 많아서 그런지 턱스크하고 뛰어도 눈치주거나 지적하는 경우가 없어서 반달회원님들보다 좋은(?) 환경에서 러닝하는게 다행으로 생각되네요.
아직도 뛸 때 오른쪽 어깨가 아프고 아려오지만 추운 겨울을 러닝과 함께 잘 이겨내 보려 합니다~

이창규님의 댓글

이창규 댓글의 댓글 작성일

경종형 어깨를 다치셧군요.
그래도 하체가 아니니 다행입니다.
아라뱃길 을 두번 달렸습니다.
반포에서 출발하면 서해 끝까지 거의 풀코스더라구요.
한여름, 그늘이 부족해서 그렇지 정말 달리기좋은 코스입니다.
겨울이 지나면 다시 가고 싶네요.
어서 부상에서 회복하시길...

박재형님의 댓글

박재형 작성일

선배님 글 읽는 재미로 사이트에 더 자주 들어오게 됩니다. 강백호 이야기는 진짭니까 ?? 우와~~

이창규님의 댓글

이창규 댓글의 댓글 작성일

ㅎㅎ  진짭니다.아마 녀석도 기억할겁니다.
응원의 대화도 몇마디 나눴으니...
그때 사인이라도 받아둘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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