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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나의 행복한 달리기(두번에 나눈 3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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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창규 작성일20-08-25 14:55 조회1,519회 댓글6건

본문

동쪽하늘엔 

방금 목화꽃에서 뽑아내어 씨앗을 골라내고 

대나무 소쿠리에 얇게 펴 널어놓은 햇솜같은 구름이 
이른 아침의 햇볕에 마르고 있다. 

심술궂은 저 양반은 황톳물이 채 씻기지 않은 
강변의 어수선함엔 눈길조차 주지않고 
서늘한 새벽바람에 늦잠이라도 즐기나보다. 

그래, 재미가 쏠쏠 하십니까? 
코로나 돌림병에 비틀거리는 데 
물바가지 끼얹으니 시원하신가요? 
암만 그래봐야 개구리 낯짝에 물끼얹기. 
꿈틀이야 하겠지만 ... 

갈대며 물억새며 강변에 서있던 온갖것들이 
아랫도리에 흙탕을 칠갑하고 추레하게 서있다. 
비맞고 처마아래 서있는 털갈이 하는 중병아리처럼. 

비설거지후에 제자리를 잡아가는 한강을 달린다. 
흙내나는 강물은 넘칠듯 가득하고 
쓰러진 풀잎은 하나같이 서쪽 바다를 향했네. 
그래 대세따라 바다엔 못갔지만 뿌리내리고 자리잡았으니 다행아니냐. 

잠수교를 건너고 해를 보며 달린다. 
하얗게 마르는 흙물위에 해가 내린다.
 
5분10초. 더 달리고 싶지않다. 
언제 다쳤는지 기억도 없는 종아리 비복근의 미세한 아픔이 
더이상의 속도를 막는다.
"그만하시지요." 
"더이상은 책임 못집니다." 
그래,나도 안다. 내후년이면 20년이다. 
묵은 솔이 광솔 된다지만 
그냥 묵은 게 아니란말이지. 

더 빨리 달릴 생각은 없다. 
종아리에 Y 자로 붙여 놓은 테이핑을 믿을 수 도 없고, 
오늘 목표를 채우려면 돌아올 때를 생각해야지. 
중랑천다리 를 건너고 강쪽으로 길게 꺾이는 커브를 돌면서 
햇볕이 따갑다는 걸 느낀다. 
거북한 느낌이 불안감을 주던 비복근도 언제 그랬냐고 말짱하다.

"근육의 고통을 상쇄하기 위해 우리몸이 엔도르핀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베르베르의 어떤 책에서 본 기억이 설핏. 
사랑하다 죽은 어느 천재 체스꾼처럼 
과다 엔돌핀도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지? 
잠시 속도에의 유혹에 솔깃 하기도 했지만, 

아니다. 오늘은 이대로 간다. 
타협이다. 
그러다 죽기는 좀 미안 한 일이다. 

강물과 뒤섞인 햇빛이 침전물을 만들면 
물은 하늘처럼 맑아지겠지. 
몆년전 자유형으로 건넜던 수중보 아래 흙탕물을 보면서 돌아선다. 
뒷통수에 쏟아지는 햇볕을 받으며 
뚝방의 그늘속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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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장상오님의 댓글

장상오 작성일

발걸음 소리는 음소거로 선택해 놓고
람보르기니 급발진 저리가라하며 바람처럼 달리던
창규형이 적당히 타협을 하면서 달리고
그것도 두번에 걸쳐 분산투자를 하시다니........현명하십니다!!!
완주 축하드리니 이제는 형수님 미션수행 페메역할  하셔야죠...

이창규님의 댓글

이창규 댓글의 댓글 작성일

ㅋㅋㅋ상오님 눈치는 알아줘야혀~~
내가 요즘 소금가마 지고 살얼음판 건너는 마음입니다.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고 먼길가는 위험을 피하려니....

박헌전님의 댓글

박헌전 작성일

지난 일요일 후기인가요?
저녁에 설고 운동장에서  간간이 마주치던
창규형을  반달이 없는 한강에서  뵙고
천천히 뛰는  창규형을 따라 뚝섬까지는  잘 갔는데
반환점을 지나서도  한없이 뛰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아! 오늘 32km우산 배틀을 하는가 보다싶어
저는 하프만 뛰고 뒤돌아 왔네요.

이창규님의 댓글

이창규 댓글의 댓글 작성일

헌전형님, 잠수교주차장에 돌아왔더니 형수께서 비법 음료수들고 기다리더이다.형은 어디로 샜는지 아직 안오시고.
우리 선희씨는 10 몇키로인가 아장아장 달리고 와서는  왜 빨리 안오냐구 벌써 전화가 여러통왔네요.
겨우 찍은 사진은 어디로 날라갔다나?

박재형님의 댓글

박재형 작성일

선배님 글을 읽으면 항상 눈과 마음이 즐거워지니 두 세번은 읽게됩니다. 저도 허벅지 뒤쪽
근육이 "그만뛰어" 라고 하는것 같아 잠시 숨 좀 고르고 다시 뛰겠습니다. ^^;;;

lcg1959님의 댓글

lcg1959 댓글의 댓글 작성일

재형씨, 어째 0130 팀에서 소식이 뜸 하다 했네요.
달림이가 약간의 부상에 시달리는 것 , 병가에 상사지요.
더군다나 이 더위에 ...
때론 쉬어가는 것도 좋겠지요.힘있는 모습으로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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