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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마라톤

베토벤 교향곡 #3 (후쿠오카 마라톤 참가후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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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호 작성일06-12-07 22:19 조회2,3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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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와의 전쟁!!!

25km : 18분 18초 (1시간 29분 01초)
하프 지점을 1시간 14분 30초에 통과하며 콧노래를 부른다.
♫♬♬오늘은 왜 이리 잘 나가는 걸까? ♬♪♫♬
하카타역 부근에는 역시 사람들이 엄청 많고 응원인파들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이것이 일본 마라톤의 힘일 것이다.
23km 지점에서 박 명예회장님의 태극기 응원과 윤현수님, 한재호감독님의 응원을 받고 다시 힘차게 달리는데…’오버페이스 하지말고’라는 윤현수님의 말씀!

벌써 오버페이스 했는데…워쩔껴??? ^^*
그런데 그 소리를 듣고 난 얼마 후부터 속도가 뚝 떨어지기 시작한다.
아! 여기까지가 나의 한계인가 보다!!!
S-oil만 있다면 아직 더 잘 나갈 수 있을 텐데…S-soil은 안보이고 요상한 이름의 주유소들만 보인다. S-oil 사장님! 일본에도 S-oil 주유소 만들어 주세요. ^^*


30km : 21분 58초 (1시간 51분)
27km 를 지날즈음 거의 모든 한국 주자들이 추월해 갔다.
다리가 너무 무거워 쥐가 올라올까 싶어 뒤로 돌아서 달려본다. 아직도 많은 무리들이 달리고 있다. 마치 나를 먹이감으로 달려드는 승냥이 무리처럼 보인다. 그들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ㅡ.ㅡ;;;

267번 선수가 걷는다 다가가서 어깨를 툭 치며 같이 달려보자고 하지만 잠시 같이 하다가 이내 떨어진다. 아직 벌어 놓은 시간이 있기는 하지만 다리가 영 말을 듣지 않으니 컷오프의 위험보다 스스로의 포기가 먼저 자리하기 시작한다.

30km 를 향해 가는데 선두가 돌아오고 있다. 역시 기대대로 하일레와 모로코선수, 드미트리 선수가 거의 순서대로 달리고 있다. 하일레의 우승을 기원하면서 나도 반환점을 향해 무거운 다리를 열심히 옮겨본다.

매 구간마다 대기하고 있는 회수버스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지만 그렇다고 유혹에 넘어가 덜컥 올라탈 수는 없는 노릇. 이제 한국인 참가자 중 가장 꼴찌 주자로서의 책임감있는 달리기를 해야 하는데 걱정이다. 울 나라 대회에서는 아직 회수차를 타 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왠지 꼭 타야만 할 것 같은, 아니 타의에 의해 타게 될 것만 같은 걱정이 하카타만에서 불어오는 맞바람만큼이나 거세게 나의 몸을 휘감는다.

35km : 22분 39초 (2시간 13분 39초)
30km를 통과한 후 반환점을 지나 골인점을 향해 달려간다. 아직은 초반에 벌어 놓은 시간이 있어서 관문제한 시간내 컷오프는 면하고 있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 뒤에서 구름처럼 달려오던 주자들도 얼마 안 보이는 것 같고, 반대편의 반환점을 향해 달려가는 꼴찌 주자 바로 뒤에 교통통제를 해제하며 차들이 벌써 꼬리를 물고 힘겹게 달리고 있는 꼴찌 주자를 몰아세우고 있다.

저 주자는 나보다 더 힘들고 스트레스 받겠지! 좀 더 힘을 내보자!!! 나도 이제 컷오프의 위험이 시시각각으로 다가오고 있어 남은 시간을 계산해 본다.
운동장 입구까지 45분에서 7분을 빼면 38분까지 40키로 지점에 가야하고, 다시 19분 30초를 빼면 18분 30초까지 35km 지점을 통과해야 하지만, 설사 35km를 18분 30초에 통과하더라도 처진 페이스를 감안하면 그 다음 관문에서 컷오프 될 것이기에 전혀 여유가 없는 것과 같다. 정신이 번쩍 든다.

포기란 있을 수 없다. 김치 담그는 배추 셀 때나 쓰이는 단위일 뿐이다.
35km 관문 지점에 빨간 깃발을 들고 진행요원이 서 있다. 내가 통과하기 전에 빨간 깃발이 올라가면 나는 더 이상 달릴 수 가 없다. 부지런히 달려야 한다. 좀 더 힘을 내보자!!!

40km : 22분 33초 (2시간 36분 12초)
아무리 정신력으로 극복하려 해도 신체가 받쳐주질 않으면 그저 몸을 혹사시키는 것일 수 밖에 없다. 도대체가 말을 듣지 않는 신체를 제어하려니 제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시야가 흐려지면서 가장자리에 아지랑이 같은 것이 여기저기 피어 오른다. 정말 포기해야 하나보다. 달리면서 시야가 이렇게 흐려져 본 적이 없었는데…

다시 걷는다. 완주보다도 나의 몸이 먼저 아니던가? 후쿠오카는 다시 올 수 있겠지만, 나의몸은…??? 그 순간 들려 온 어느 아주머니(?)의 한국말!
“힘내세요!”
37km가 조금 안 되었던 곳으로 기억된다.
지금까지 달려오면서 셀 수 없을 정도로 들었던 ‘화이또, 간빠레, 감바떼’ 등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응원이었다.
나는 한국인이다. 포기하거나 컷오프당하려고 일본에 온 것이 아니다. 은근과 끈기! 이것이 한국인의 특성 아니던가? 그 은근과 끈기가 있었기에 오천년 역사를 지켜오지 않았던가 말이다.

다시 힘을 내어 달려본다. 아직 시야가 흐리긴 하지만 천천히 달리다 보니 다시 맑아진 것 같다.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속도를 올려본다.
36분 이전에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40km 지점을 통과해야만 골인점까지 턱걸이로 완주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을 너무 많이 소모해버려 현재의 몸상태로는 불가능 할 것만 같다.

35km 이후로 매 km 마다 계측차와 진행요원의 빨간 깃발을 가까스로 피해가며 섬찟한 레이스를 하고 있지만, 정말 피 말리는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포기하고 싶지만 포기할 수 없는 오기와도 같은 것이 한 구석에서 싹트기 시작하여 드디어는 집념으로 무장한다.
마치 역전경기를 하는 선수와 같은 심정으로 무장하고 달린다. ‘내가 포기하면 한국 마스터스의 자존심이 무너진다’ 라는 되지도 않는 논리까지 들이대본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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